[디저트 경제학]③사회·정신학적으로 바라본 디저트
염지현 기자
장기화된 불황 "디저트라도 고급으로"
먹을거리 인식도 달라져..감성재 취급
세계화 노출多..디저트 문화 익숙함도
[디저트 경제학]③사회·정신학적으로 바라본 디저트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디저트에 쓰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이 가격에 앉아서 일본, 프랑스, 미국 등 해외에서 유행하는 디저트를 손쉽게 먹으니까 분위기 전환이 되고, 문화적으로 패셔너블(fashionable·유행을 따라가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에 두 세번 1만원 이상 하는 디저트를 소비하는 박지연(31) 씨는 디저트를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예쁜 케이크를 먹을 때면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다. 그는 디저트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약’이자 친구들과의 ‘교류수단’이라고 말한다.
고급 디저트에 탐닉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명품 화장품, 보석류 매장이 차지했던 백화점 1층에 디저트 카페가 들어설 정도다. 20대 여성으로 한정적이었던 디저트 소비 고객도 30대~40대 초반으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
[디저트 경제학]③사회·정신학적으로 바라본 디저트
15일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에 위치한 유명 디저트집 ‘에클레어’ 모습. 사람들이 디저트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그렇다면 불황이 역습한 지금, 왜 사람들은 몇 만원 하는 고급 디저트를 아까워하지 않고 먹는 걸까.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디저트에 만족감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명품이나 자동차 등 값비싼 소비재는 살 능력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디저트 같이 저렴한 소비재군에서 최고급을 사는 걸로 과시적 소비를 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어려울 때 명품 로고가 박힌 립스틱을 사는 걸로 명품 소비의 욕구를 희석하는 ‘립스틱 효과’의 다른 버전이란 해석이다.
손석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면서 청소년기를 보냈던 젊은층을 ‘소비 세대’라고 칭하는데 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비로 풀고, 이로 인해 행복감을 느낀다”며 “하지만 젊은층은 ‘삼포세대(직장·결혼·출산 포기)’라고 불릴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스트레스-소비-만족’의 기제가 작동되지 않으니까 ‘작은 사치’를 통해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저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점도 4만~5만원대의 케이크를 소비하는 이유로 꼽혔다. 문화적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장년층이 코스대로 나오는 외국 식문화, 디저트가 발달한 서양 식문화를 경험하지 못한데 반해 세계화를 경험한 청년층은 이런 문화에 노출된 빈도가 높다. 어학연수, 해외 여행 등을 경험한 90년대 이후 학번들이 디저트 주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이를 반증한다.
또 물질적인 풍요를 겪고 자란 세대와 끼니 걱정을 해봤던 베이비부머 세대의 ‘먹을거리’ 인식도 상이하다. 중장년층들이 밥보다 비싼 디저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젊은층은 식사비보다도 비싼 초콜릿을 사는데 거리낌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필수재’와 ‘감성재’로 설명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먹고 사는데 어려움을 겪은 50~60대들은 밥을 ‘필수재’로 인식하기 때문에 싼 음식을 먹고 대충대충 먹어도 끼니를 거르지 않는다면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그러나 젊은층은 식사를 ‘감성재’로 여긴다. 얼마나 내게 감동을 줄 수 있느냐가 식사의 중요한 기준이고 그것을 자신의 가치와도 연결시킨다”고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도 고급 디저트가 확산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SNS를 통해 사진을 남김으로써 몇 분 만에 먹고 사라지는 디저트의 가치를 배가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를 통해 디저트 같은 소비재의 가치가 올라간다. 사진을 통해 증거를 남기고, 이를 여러명에게 과시하는 동시에 교류 수단으로 사용하는 1석 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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