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댓글이 깊은 상처로
정민아 기자
2015.08.20
배우 배용준(왼쪽)과 만화가 강풀
악플에 강력 대응하는 연예인들
최근 배우 배용준은 소속사를 통해 “결혼과 관련한 기사에 악성 댓글(악플)을 단 누리꾼 30여 명에 대한 고소장을 경찰서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의 소속사는 “몇몇 누리꾼들이 의도적으로 모욕을 주려고 한 것이 명백해 보였다”면서 “고소 취소나 합의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력한 뜻을 밝혔다.
배용준 뿐만 아니라 여성 아이돌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태연 또한 “악플을 남긴 누리꾼들을 고소하기 위한 자료 수집에 들어갔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최근 밝혔다.
연예인들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 이 때문에 연예인들은 악플도 ‘높은 관심에 대한 어긋난 표현’이라고 생각해 애써 외면해왔다. 하지만 최근 악플의 도가 지나쳐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가 나빠지자 악플을 단 사람을 찾아내 고소하는 등 단호하게 대응하는 연예인이 많다. 연예인들은 어떤 악플에 강력하게 대응할까? 또 악플을 달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가족까지 받는 고통
연예인들이 가장 참지 못하는 악플은 가족과 관련된 것이다.
만화가 강풀은 최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며 웹툰 ‘무빙’의 연재(신문이나 잡지 등의 매체에 긴 글이나 만화를 여러 차례로 나누어 실음)를 잠시 중단할 뜻을 밝혔다. 이 소식에 일부 누리꾼들은 강풀의 아버지를 모욕하는 악플을 달았다. 그러자 강풀은 트위터를 통해 “모든 악플들을 캡처해뒀고, 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전혀 사실이 아닌 루머(근거 없이 떠도는 소문)가 담긴 악플로 고통 받는 사례도 많다.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멤버 타블로는 지난 2010년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유언비어(아무 근거 없는 소문)가 담긴 악플에 시달렸다. 그의 학력이 위조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그는 계속 악플 공격을 받아 한동안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악플은 연예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개그맨 박성광은 “악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탈모(비정상적으로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상태)가 일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배우 박한별과 박해진 또한 “악플 때문에 우울증을 앓았다”고 고백했다.
악플은 ‘범죄’
악플로 깊은 상처를 받은 연예인들은 악플을 단 사람을 찾아내 법적 처벌을 요구하며 강력하게 대응한다. 대표적인 예가 배우 김가연. 그는 자신의 기사에 인신공격(남의 개인적인 일에 관해 비난함)에 가까운 악플이 이어지자 컴퓨터의 추적 프로그램으로 악플을 단 누리꾼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고, 사이버수사대(컴퓨터 통신망에 의해 일어나는 범죄를 수사하는 수사기관)에 의뢰해 처벌까지 이끌어냈다.
악플을 다는 행동은 명예훼손죄에 해당된다. 명예훼손죄가 인정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만 14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형사처벌이 내려지진 않지만 부모님에게 바로 알려진다. 심각한 범죄인 경우 소년법원에 보내 적절한 보호처분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익명(이름을 숨김)의 공간인데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함부로 악플을 달았다가 법적인 책임까지 물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 댓글을 남길 때는 역지사지(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여 봄)의 자세가 필요하다.
손석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일상생활에서는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할 수 없지만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는 자신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악플을 달기 때문에 죄책감이 없어진다”면서 “악플을 보는 상대방의 마음이 얼마나 괴롭고 아플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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