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비타민] 엄마들의 번아웃 증후군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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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8
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란 마치 연료가 모두 불타버려서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떤 사람이 갑자기 무기력해지면서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대개 처음에는 무척 열심히 업무에 집중을 하고,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투입하다가 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혹은 피로가 극심하게 쌓여 있을 때 나타나기 쉽다. 이러한 번아웃 증후군은 직장인, 사업가, 수험생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생길 수 있는데,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고 예외가 되지 않는다. 즉, 엄마들이 어느 날 갑자기 아이 키우는 것을 무척 힘들고 어렵게 느끼면서 손끝 하나 움직이기 어려운 무기력감에 빠질 수 있다.
엄마들이 번아웃 증후군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완벽주의적인 육아 태도 때문이다. 엄마는 아이를 무척 사랑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서 매사 전전긍긍하며 아이를 키우게 된다. 아이가 전혀 배고파서도 안 되고, 아이의 발달도 순조롭게 이루어져야 하며, 아이의 일일 시간계획표를 철저하게 짜서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
둘째, 지나친 희생과 헌신 때문이다. 엄마는 육아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욕구를 뒤로 미루거나 억제하거나 포기한다. 자신도 모르게 욕구불만 상태가 쌓이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고 오로지 아이 엄마로서의 정체성만을 발견하는 순간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올 수 있다.
셋째, 과도한 육아 부담 때문이다. 대개 일하는 여성에게 해당한다. 엄마는 직장 생활이나 직업 수행으로 인해 늘 심신이 피곤해져 있다. 그렇지만 육아는 피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엄마의 필수적인 과제다. 엄마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더욱더 자신의 남은 에너지와 집중력을 쏟아 부으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더 이상 발휘할 만한 혹은 사용할 만한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번아웃 증후군이 생기기 쉽다.
넷째, 자녀에 대한 실망 혹은 회의감 때문이다. 나의 모든 노력을 기울여서 아이를 키웠건만 나의 기대 혹은 예상대로 아이가 자라나지 않거나 혹은 실망스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때 엄마는 심한 좌절 내지는 배신감에 시달릴 수 있다. ‘내가 과연 왜 이렇게 또는 무엇을 위해서 아이에게 모든 것을 바칠까?’라는 회의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번아웃 증후군에 빠진다.
그렇다면 육아로 인한 엄마들의 번아웃 증후군을 어떻게 극복할까? 첫째, 완벽주의적인 육아 태도를 버린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인정한다. 엄마가 비록 완벽하지 못하다고 해서 곧바로 아이에게 큰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한다. 아이 스스로 발달적인 힘 혹은 동력을 갖고 있으므로 육아에 대한 불안을 가급적 줄여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둘째, 재충전 시간을 확보한다. 오롯이 내가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라. 하루 중 10~20분이어도 좋다. 잠시 눈을 감고 명상을 하든지, 좋아하는 음악을 듣든지, 스트레칭을 하든지, 일기를 쓰든지 등 무엇이든지 상관없다. 그 순간 나의 마음이 평온해지고 즐거울 수 있는 활동을 꼭 가져야 한다.
셋째, 대화 상대를 확보한다. 육아 때문에 힘들고 지친 나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가장 좋은 상대는 배우자, 즉 남편이다. 하지만 남편 외에도 이웃집 엄마, 자매, 친척, 친구 등 친밀한 상대에게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넷째, 육아에 대한 주관적인 가치관을 정한다. 즉, 내가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한 다음에 결정을 내린다. 가령 나는 아이를 정직하게 키울 것이다 혹은 튼튼하게 키울 것이다 혹은 밝게 키울 것이다 등이다. 이와 같은 핵심 가치를 정하는 일은 육아에 있어서의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다섯째, 남편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거나 혹은 회복시킨다. 아이 때문에 지친 나의 심신을 남편에게 위로받기 위해서 긍정적인 관계는 필수적이다. 육아에 대한 대화뿐만 아니라 부부 간의 취미와 즐거움을 공유하게 되면 번아웃 증후군은 곧바로 아웃된다. 엄마들이 번아웃 증후군에 걸리지 않으면서 기쁜 마음으로 육아에 임할 때 대한민국은 보다 더 건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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