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비타민] 쇼핑의 정신건강
2012년 04월 08일 (일) 17:14:49 뉴스천지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쇼핑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다. 실제로 필요한 물건을 샀다는 느낌은 성취감을 안겨다 주고, 오래 전부터 사고 싶었던 물건을 이제야 구입했다는 사실은 마치 꿈을 이룬 느낌을 주며, 단지 예쁘거나 보기 좋다는 이유로 구입을 했을 때는 소유욕의 충족을 느낀다. 즉 쇼핑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자신의 손에 갖게 되었다는 것은 성취감, 목표 달성, 소유욕, 경쟁욕구, 지배욕구 등을 만족시키게 해서 기분이 좋아진다.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측면도 있다. 즉 생활에서 욕구 불만인 상태에 놓여 있는 주부가 쇼핑을 통해 불만족을 해소하는 느낌을 얻을 수 있고, 외로움과 공허감에 시달리면서도 실제로 친구나 대화 상대가 없는 주부는 쇼핑을 통해 심리적인 공허함을 달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주부들의 경우 쇼핑을 통해서 과시 욕구를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고가품이나 명품 쇼핑의 경우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이나 판매원들의 극진한 대접 등이 부가적으로 과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부(富)의 확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쇼핑 행동이 지나치면, 가정 경제에 파탄을 안겨다줄 뿐더러 중독 상태에 이르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 따라서 즐거움을 얻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쇼핑을 통해서 정신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충동구매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홈쇼핑이나 대형마트에서 판매 마감이 임박한 것처럼 광고하며 싼 값을 제시할 때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즉석에서 구입하여 마치 이득을 얻은 것처럼 착각하곤 한다. 판매마감, 최소가격, 한정판매, 보너스상품 등은 소비자들의 경쟁 심리와 불안감을 자극하여 충동구매를 유발시킨다.
두 번째로는 모방 구매를 하지 말자. 모방 구매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구입할 때 따라하는 쇼핑을 말한다. 가까운 친구가 무엇을 샀다고 하니까 자신도 비슷하거나 똑같은 물건을 사는 경우에 해당한다. 물론 품질이 좋고, 꼭 필요하며, 충분히 심사숙고하여 사는 경우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대개 친구들이 써 본 다음에 직접 구매를 권유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현혹 구매를 하지 말라. 판매원의 달콤한 사탕발림 같은 언변과 칭찬에 현혹되어서 구매를 하는 경우 그 순간은 기분 좋을지 모르겠으나 십중팔구 후회를 하곤 한다.
네 번째로는 예비 구매를 하지 말라. 예비 구매란 지금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나중에 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미리 사 두는 것을 말한다. 나중에 쓸 물건은 그때 가서 가장 적절한 물건을 구입하면 된다. 미리 사 두면 나중에 쓰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거나 어디 두었는지 잊어버리거나 또는 구입 기억 자체를 잊어버릴 수 있다. 혹은 유행이 지나서 가치가 떨어지는 등의 여러 가지 낭패 상황이 생겨난다.
한편, 쇼핑을 하지 않으면 불안 초조해지고, 사 놓고도 이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있으며, 특히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곧바로 쇼핑으로 이어지면 쇼핑중독의 가능성이 있다. 스스로 쇼핑중독이 의심되면, 다음과 같은 행동 지침을 마련해 보자. 첫째, 쇼핑을 할 때 현금을 사용한다. 둘째, 신용카드는 한 장만 남겨 놓고 모두 없애 버린다. 셋째, 혼자서 쇼핑하지 않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한다. 넷째, 구매 목록을 미리 만들어 놓은 다음에 한 번 점검한 후 구매를 한다. 다섯째, 쇼핑을 하는 날을 정해 놓고 한다. 가령 1주일에 금요일 한 번 혹은 한 달에 2, 4주째 토요일 하는 식으로 정한다. 식료품을 제외한 모든 쇼핑은 정해진 쇼핑 날짜에만 한다. 여섯째, 가계부를 작성해서 수입과 지출의 흐름을 명료하게 파악한다.
쇼핑이란 내가 갖고 있는 돈을 이용해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한 행동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기분이 좋듯이 훌륭한 품질의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때 기분이 좋다. 그것은 자신의 판단과 결정, 그리고 구매 행동에 이르기까지 일종의 자기 칭찬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현명하고 즐거운 쇼핑은 분명 나의 정신건강에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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