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 Care Clinic]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누가 우리 아이 좀 말려줘요~”
착하고 바른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엄마의 바람. 하지만 아이가 삐뚤거나 그르게 행동할 때면 엄마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긴 해야겠는데 방법을 몰라 속만 끓이고 있다면 지금 당장 「레이디경향」의 문을 두드리자. ‘육아 박사’ 손석한 선생님이 엄마들의 육아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줄 것이다.
Q 아침에 일어나기를 싫어해요
여섯 살짜리 딸이 일찍 잠드는데도 다음날 일어나는 것을 무척 힘들어해요. 그러다 보니 매일 아침마다 언성을 높이면서 화를 내게 되고, 아이는 떼를 쓰며 울다가 겨우 유치원에 가기를 반복한답니다. 좋아하는 TV 프로그램과 음악을 틀어주고, 사탕이나 과자를 손에 쥐어주면서 달래보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울고불고 짜증 부리는 과정을 매번 겪게 되네요. 게다가 한 번 울기 시작하면 한 시간이 지나도록 멈추지를 않고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김정희(서울 노원구)
A 아침에 일어나거나 저녁에 잠드는 과정에서 유독 짜증을 많이 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는 각성에서 수면으로 혹은 수면에서 각성 상태로 변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개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좋아지지만, 일부 아이들의 경우 청소년기나 초기 성인기까지 지속되고는 합니다. 가장 중요한 해결 방법은 수면 환경을 개선해서 숙면을 취하게 하는 것입니다. 또 지금보다 더 일찍 일어나게 하고, 잠에서 깨어나는 과정을 충분히 길게 잡아야 합니다. 곧바로 깨우면서 음악을 들려주면 자칫 아이에게는 소음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보다는 아이의 귓속에 대고 작은 소리로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라고 속삭여주세요. 아이가 깨지 않고 몸을 꿈틀거리거나 얼굴을 살짝 찡그리는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다음 5분 간격으로 3, 4회 정도 반복해주세요. 아이의 뇌가 점차 각성 상태로 돌입할 준비 운동을 시키는 것이지요. 애니메이션 등의 TV 프로그램을 틀어줄 때는 아이가 평소에 좋아했던 장면을 골라서 미리 틀어놓으세요. 이때 소리는 가급적 줄이시고요. 엄마가 옆에서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여줘도 되고,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물건을 옆에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잠시 엄마와 대화를 나누거나 장난감을 만지작거린 다음에 일어나게끔 하는 것이지요. 만일 아이가 깬 다음에 심하게 운다면 다시 잠자리에 뉘이세요. 그렇게 하면 아마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뜻에 상관없이 잠을 억지로 깨웠다는 억울한 느낌을 지울 것입니다. 엄마가 아이를 깨우는 과정에서 큰 소리를 내거나 아이의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은 피하세요. 잠에서 아직 덜 깬 아이의 뇌가 반응하기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Q 머리카락에 손도 못 대게 해요
세 살 된 아들이 머리카락 손질하는 것을 무척 싫어해요. 미용실에 가서 머리카락을 자르려고 하면 심하게 거부해서 도저히 자를 수가 없어요. 아이가 거세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혹시 가위나 면도기에 다치지나 않을까 늘 조마조마하고요. 먹을 것으로 유혹해서 간신히 위기를 넘긴 적이 몇 번 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 통하지 않아요. 요즘 머리카락이 자라서 다시 미용실에 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겁이 납니다. 이정희(서울 강북구)
A 머리카락 자르는 것을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 거기에 대한 큰 두려움을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의 신체 일부가 손상되는 것에 대해서 커다란 공포심을 느끼거든요. 따라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 마치 자신의 몸을 손상시킨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예전에 머리카락을 잘랐을 때의 느낌이 무척 싫어서 거세게 저항할 수도 있어요. 그러므로 아이의 반응이 과도하므로 절대로 머리카락을 억지로 자르지 마세요. 우선 아이를 반복적으로 안심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결코 위험하거나 아프지 않으며, 자르고 나면 다시 자라난다는 사실도 강조하세요. 그림책을 이용해서 설명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미용실에 아이를 데리고 가서 엄마나 다른 가족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부터 먼저 보여주세요. 아이로 하여금 그러한 상황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만일 미용실 자체를 거부한다면 집에서 엄마가 직접 머리카락을 조금만 잘라주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에게 엄마의 도움 아래 살짝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동작도 시켜보세요.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 별것 아닌 느낌으로 다가와야 합니다. 모든 노력이 소용없게 되면 머리카락을 그냥 기르게 해주세요. 결국 자신이 스스로 불편해 머리카락을 자르는 데 동의하게 될 것입니다. 머리카락 자르는 것을 끝까지 두려워해서 계속 기르게 되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Q 외삼촌을 잃은 후 자주 울어요
아이가 평소 자신을 무척 아껴주었던 외삼촌이 세상을 떠난 후로 몇 달째 우울해해요. 툭하면 엉엉 울고, 예전처럼 잘 웃지도 않아요. 아이의 방을 화사하게 꾸며 분위기를 바꿔보고, 남편과 함께 아이 기분을 풀어주려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좋은 구경도 시켜줬는데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를 않네요. 마음속 상처가 꽤 큰 듯한데 제가 부모로서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걸까요? 박혜진(서울 중랑구)
A 자신에게 사랑을 듬뿍 줬던 외삼촌의 죽음이 아이를 깊은 슬픔에 잠기게 만들었군요. 아이는 지금 ‘애도’ 과정에 있습니다. 문득 외삼촌 생각이 날 것이고, 더 이상 외삼촌의 얼굴을 볼 수 없고 함께 놀 수도 없다는 사실에 실망감이 클 것입니다. 부모를 비롯한 가까운 대상의 죽음은 가장 큰 상실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우울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대개 한 달이 지나면서 서서히 감정이 회복되고 일상생활도 비교적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혜진님의 아이의 경우 수개월째 우울 증상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아이의 슬픔이 충분하게 표현될 수 있도록 외삼촌과 관련된 대화를 다시 나눠보세요.
아마 아이가 힘들어하면서 울거나 짜증을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삼촌과의 즐거웠던 추억들을 함께 떠올리면서 세상을 떠난 외삼촌을 그리워하고 슬퍼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만 진정으로 ‘애도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날 것입니다. 또 외삼촌을 대신할 만한 애착 대상을 만들어주면 좋습니다. 아빠나 다른 외삼촌이 비슷한 형태의 놀이나 대화 상대가 되어주면 아이는 한결 편안해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증상의 개선이 별로 이루어지지 않는 소아 우울증의 경우에는 어른과 마찬가지로 약물치료를 통해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Q 반성하고 뉘우치는 자세가 부족해요
다섯 살짜리 아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잘못했어요”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고 고집불통이에요. 말을 도통 듣지 않을 때는 사랑의 매로 따끔하게 혼을 내기도 하는데 그럴 때조차 절대 용서를 구하지 않고 입술을 꽉 깨무는 행동만 하네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도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뉘우치려고 하지를 않고요. 아이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반성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신유진(전남 여수)
A “잘못했어요”라는 말을 진심으로 하고 다시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야단치는 부모님들의 바람이지요. 하지만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은 매우 성숙한 마음가짐을 갖춘 아이들로서 실제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부모를 무서워하거나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잘못을 인정하지요. 특히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는 자존심이 무척 세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좀처럼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성향의 아이들에게는 달래고 타이르면서 잘못을 가르치는 방법을 써야 합니다. 따끔한 매나 무서운 말로 잘못을 가르치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아이가 자신의 강인함과 인내력을 시험당하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부모에게 맞서거나 버틸 수 있거든요.
아이에게 “네가 OO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 네가 OO를 하면 엄마는 정말 기쁠 거야”라는 식의 대화법을 사용해보세요. 그리고 아이에게 “너도 마음속으로는 잘못을 알고 있기를 바란다” 혹은 “너도 아마 잘못을 알 거야”라는 말을 들려줘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도록 유도하세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결코 인정하기 싫어하는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엄마가 아이의 잘못한 부분들을 대신 짚어줘야 합니다. 이처럼 아이의 자존심을 덜 다치게 하면서 잘못을 가르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평소 아이를 양육할 때에도 잘못한 행동들보다는 잘하는 행동들에 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서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레이디경향」은 이 세상 모든 엄마와 함께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육아 고민을 애독자 엽서 혹은 이메일(kkulbong@khan.kr)로 보내주세요. 정성스럽고 속 시원한 답변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손석한 선생님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으며 KBS ‘생방송 세상의 아침’,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긴급출동 SOS’, EBS ‘육아일기’, 육아방송 ‘손석한 박사의 1mm 육아’, ‘저출산 극복을 위한 육아 솔루션’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에서 자문을 맡거나 고정 출연하며 활발한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빛나는 아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 혁명」 등이 있다.
■기획&진행 / 윤현진 기자
■도움말 / 손석한(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사진 제공 /케이엠스타&탑차일드 ■모델 / 김지우, 박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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