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맞고 때리고…인터넷 ‘체벌 카페’ 경악
http://news.kbs.co.kr/society/2012/06/26/2493070.html
<앵커 멘트>
인터넷에는 별것이 다 있다고 하지만, 이런 것까지 생겼습니다. ^체벌 카페^란 건데요.
체벌하는 사진을 함께 보고, 또 직접 만나선 서로 때리고 맞는 그런 사이트라고 합니다.
어른에게도 별로 좋을 것 같지 않은 이런 카페에 어린 10대들까지 아무 제약 없이 가입할 수 있었다는데요.
이랑 기자, 한 여자 중학생이 여기에 가입해서 한 남성 회원을 만났다가 봉변을 당했다고요?
<기자 멘트>
네, 변을 당한 것은 12살 여학생이었습니다.
호기심에 가입했다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말았는데요.
피의자 역시 겉보기에는 평범한 40대 회사원이었습니다.
대체 왜 맞길 원하고 때리길 원하는지, 일반적인 사고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데요.
어린 학생들의 가입 이유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체벌 카페의 실상 함께 보시죠.
<리포트>
뒤돌아서 있는 여학생의 다리를 회초리로 때리는 성인 남성.
살갗이 빨갛게 부어올랐지만 때리는 사람도, 그리고 맞는 사람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한 인터넷 체벌카페에 올라온 영상입니다.
체벌카페 게시판에서 회원들끼리 서로 맞고 때린 사진과 동영상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체벌카페, 말 그대로 이처럼 체벌하고 체벌 받는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모임인데요.
심지어 서로 직접 만나 체벌을 주고받는 모임을 하기도 합니다.
이름도 생소한 체벌카페인데,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몇 가지 질문에 답변만 하면, 손쉽게 가입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들어가 본 체벌 카페의 실상은 놀라웠는데요.
카페 게시판에는 직접 만나 자신을 때려줄 체벌 상대를 구하는 글이 넘쳐났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오프라인 만남을 시도해 봤는데요.
<녹취> 체벌카페 회원 (음성변조) : "일단 체벌을 받고 싶으신 거죠? 그냥 뭐 만나서요. 체벌 받고 싶은 대수를 정해서 체벌 받으면 되는 거고요. 혹시 하다가 본인이 더 맞고 싶다거나 (다른걸) 더 할 수 있겠다 싶으시면 더 할 수도 있고요."
취재진이 미성년자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았는데요.
이런 체벌 경험이 많은 듯, 충격적인 이야기를 귀띔해 줬습니다.
<녹취> 체벌카페 회원 (음성변조) : "보통 보면 생활 관리를 받고 싶다거나 공부가 잘 안 된다거나 성적이 안 올라서 체벌을 받는 경우들이 좀 많거든요."
10대들은 성적향상을 위해 맞기를 원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때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성인 남성들이 대다수였습니다.
<녹취> 체벌카페 회원 (음성변조) : "(전에도 해본 적 있어요?)저는 (때린) 경험은 좀 있는 편이에요."
이렇게 체벌 카페를 통해 만난 중학생을 성폭행한 40대 회사원이 어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죠.
<인터뷰> 김창호 (경위 /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 "체벌에 대해 관심이 많은 십대를 체벌해 주겠다는 내용을 자신의 연락처와 함께 체벌카페에 올려놓고, 연락해 온 십대들을 유인해서 자기 승용차를 이용해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가 체벌과 성폭행을 저지른 겁니다."
석 달 전 몇몇 체벌카페에 가입한 이 씨.
이 씨는 체벌에 관심을 보이는 여성 회원들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았습니다.
이 씨에게 피해를 본 12살 김모 양 역시, 체벌에 대한 호기심에 먼저, 연락을 해왔다고 하는데요.
그러던 지난 3일 이 씨는 김 양을 직접 만났습니다.
김 양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돌아다니며 처음에는 준비한 회초리로 때리기 시작했는데요.
이렇게 시작된 체벌은 돌이킬 수 없는 범죄로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김창호 (경위 /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 "피해자는 그런 (성폭행) 피해를 볼 줄 몰랐죠. 단지 ‘체벌로 몇 대 때리고 말겠지.’라는 생각으로 갔는데 인적이 드문 곳에서 차문을 다 닫아놓고 피의자가 ‘옷 벗어라, 회초리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맞아야 된다. 이게 체벌이다.’라고 말한 거죠."
이 씨는 체벌과 성폭행 장면을 모두 자신이 볼 목적으로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피해학생은 심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받은 충격이 말할 수 없었는데요.
<인터뷰> 김창호 (경위 /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 "부모님도 많이 당황하시고 놀라셨죠. 왜냐면 아이가 인터넷 들어가서 여기저기 회원 가입하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체벌카페 같은 곳에 가입해서 성폭행까지 당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거죠."
경찰은 이 씨가 김 양 말고도 3명의 미성년자를 더 만난 것으로 보고 여죄를 집중 추궁하고 있습니다.
<녹취> 피의자 (음성변조) : "사실 저도 호기심에 그런 카페에 가입하게 됐는데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뭐가 옳은 건지 뭐가 그른 건지도 잘 모르고 그냥 (체벌카페) 분위기에 휩싸였던 것 같아요. "
김 양이 처음부터 체벌 카페에 쉽게 가입할 수 있었던 것은 청소년들도 아무 문제없이 가입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직접 카페를 만들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지난 2007년 적발된 수백여 개의 체벌카페 운영자 중에는 9살 초등학생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런 카페들, 특히 미성년자들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는 없는데요.
<인터뷰>
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폭력에 대한 강도가 심해지고 나중에는 아무런 죄책감이나 거리낌없이 그런 체벌 혹은 다른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됨으로써 결국은 그것이 나중에 범죄행동이나 더 큰 폭력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충격적인 사실은 체벌 행위 자체만으로는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서로 합의하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 그 이유인데요.
<인터뷰> 김창호 (경위 /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 "서로 글을 주고받고 대화를 하는 그런 인터넷 카페니까 (합의하에) 체벌을 한다고 해서 법률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습니다."
우선적으로나마 정부와 포털업체들이 모니터링을 강화해서 유해 정보를 막는 것이 절실합니다.
<인터뷰> 고유경 (실장 /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 "사회적으로 이것이 옳지 않다는 건 누구나 다 통념으로 알고 있는 것들인데 그걸 내걸고 하는 체벌카페는 규정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청소년들을 포함해 맞고 때리는 것이 당연시 되는 카페. 그리고 실제로 때리다 범죄까지 저지르는 것이 현실.
언제까지 이런 유해한 정보들을 개개인의 판단과 포털사이트에 감독에만 맡겨야만 하는지 우려됩니다.
이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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