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비타민] 발달장애인과 더불어 살자
2012년 06월 03일 (일) 17:13:12 뉴스천지 newscj@newscj.com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대한민국 제19대 국회가 5월 30일 정식으로 출범했다. 초선인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이 제1호 법안 발의의 영예를 얻었다. 그는 발달장애인의 자유권과 사회권을 명시하는 내용의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법 제정안’을 제출했는데, 보좌진 3명이 3일간 밤샘 끝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발달장애를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해 불리하게 대하는 행위, 형식상으로는 이렇게 대하지 않지만 발달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기준을 적용해 발달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 등을 차별로 규정했다. 또 국가는 발달장애인특별기금과 한국발달장애인지원공단을 설치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는 시․군․구별로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설치하도록 했다. 발달장애인이란 자폐성 장애나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을 말하고, 말 그대로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밞지 못하여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발달이 지연 또는 정지되어 있는 사람을 말한다.
발달장애의 경우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장애가 의심되면 일단 소아정신과를 찾아야 한다. 확진을 받으면 사회성을 높이는 발달 치료를 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언어치료, 놀이치료, 사회성 증진치료, 행동치료 등을 받고, 주의집중력 저하, 과잉행동, 강박, 불안, 반복적인 상동 행동, 자해, 충동적 행동, 공격성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기에 행동조절을 위한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이와 같은 치료를 집중적으로 꾸준하게 받으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경도의 상태로 호전될 뿐만 아니라 거의 일반인처럼 정상적인 삶을 살 수도 있다. 언어 능력의 향상, 좋은 지능, 부모와 가정의 안정적인 양육 환경 제공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아이의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전형적인 자폐증 외에도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병을 포함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로 개념이 확장되었다. 이는 자폐 증상의 정도와 예후가 매우 다양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자폐증으로 간주하면 발생률이 10배까지도 올라간다.
즉, 과거의 자폐증 발생률은 인구 만 명 중 2~5명으로 알려져 있으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 발생률은 인구 천 명 중 3~4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더욱이 국내의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수치가 더 올라간다. 예일대 정신과 김영신 교수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일산 지역 초등학교 학생 5만 5266명을 대상으로 ASD 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ASD 아동은 2.64%로 나타났다. 이는 아동 100명 중 2~3명에 해당하는 높은 비율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최근 연구 결과도 1% 정도에 그친 것이므로 국내의 높은 유병률이 주목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이유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추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기존의 연구 방법이 대개 학교생활기록 또는 진료기록을 토대로 하는 유병률 추정법이었는데, 김영신 교수팀은 일일이 부모 조사와 아동에 대한 직접 평가를 거쳤기 때문에 여태까지 알려졌던 자페증의 유병률이 실제보다 낮게 알려져 있음을 시사한다. 대개 조용한 모습을 보여서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거나 주변에 피해를 덜 주는 자폐증 아동들이나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으로 잘못 진단된 아동들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ASD의 증상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첫째,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이 떨어진다. 다른 사람의 눈을 잘 쳐다보지 않고, 집단의 규칙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말할 때 얼굴 표정이 거의 없는 사람도 있다. 둘째,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다. 대화를 어떻게 계속 이어 나가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화 내용을 그대로 이해해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인다. 셋째, 관심 분야가 제한되거나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곤충이나 자동차 등 오로지 특정한 주제에만 몰입한다. 흥분하거나 화가 나면 손을 흔든다. 제19대 국회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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