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 Care Clinic]우리 아이 행동 수정 프로젝트
“누가 우리 아이 좀 말려줘요~”
착하고 바른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엄마의 바람. 하지만 아이가 삐뚤거나 그르게 행동할 때면 엄마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긴 해야겠는데 방법을 몰라 속만 끓이고 있다면 지금 당장 「레이디경향」의 문을 두드리자. ‘육아 박사’ 손석한 선생님이 엄마들의 육아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줄 것이다.
Q 아이가 ‘독서병’이 있어요
올해 열 살 된 딸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내심 공부도 잘 하겠다 싶었는데 그 점이 걱정거리가 될 줄 몰랐습니다. 자기가 읽어야 되는 책은 꼭 다 봐야지만 잠이 듭니다. 학교 숙제가 많아서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데도 꼭 책을 다 읽어야 잠을 자고, 불을 꺼놓으면 이불 속에서 몰래 읽어요. 할 일을 다 하지 않으면 잠을 안 자는 것을 보니 강박증인 것 같기도 한데, 결벽증이나 자폐증으로 발전할까봐 걱정입니다. (조영희, 서울 강북구)
A 책 읽기는 누구나 다 강조하는 좋은 습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책 읽기를 통해서 아이의 지식과 지혜를 키울 수 있음은 공인된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과도하면 병이 될 수 있습니다. 어머니 스스로 독서병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독서에 대한 집착이나 몰입을 보이는 경우 독서 강박증이 의심됩니다. 만일 아이가 단어를 읽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읽기 속도도 무척 빠르지만 반면에 문장 이해력이 떨어진다면, 과독증(Hyperlexia)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독증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씀하는 아이의 모습으로 미루어 볼 때 독서 강박증 내지는 정상 범주에서의 과도한 독서습관으로 보입니다.
아이가 독서 강박증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책을 다 읽지 않으면 불안해지거나 못 견디겠니?”라는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만일 아이가 그렇다고 대답하면 “혹시 책을 읽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어도 지키기가 어렵니?”라고 추가적인 질문을 해보세요. 두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말하면 독서 강박증일 가능성이 크므로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과도한 독서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독서가 아닌 다른 활동에 재미를 느끼게끔 해줘야 합니다. 음악, 미술, 운동 등 예체능 활동이 적합합니다. 그리고 단지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후감을 쓰거나 자신이 읽은 내용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는 활동을 곁들여서 하게 하세요. 또 독서의 분량을 일주일에 다섯 권 이내로 정해놓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Q 질문이 너무 많아요
올해 열두 살 된 아들이 흔히 말하는 4차원적인 성격이에요. 궁금한 걸 못 참고 자신의 주관이 뚜렷합니다. 궁금한 게 뭐가 그리 많은지, 질문을 너무 많이 해서 수업시간에 진도를 나갈 수 없을 지경이라고 선생님들이 고민이시랍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싫어하고, 보통 애들이 좋아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만 유난히 좋아하는데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요? (고순화, 서울 서대문구)
A 궁금한 것을 절대 참지 못해 질문을 많이 하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속에 담아두지 못하고 입 밖으로 꺼내놓아야만 직성이 풀린다면 ‘인지적 충동성’이 의심됩니다. 인지적 충동성이란, 말 그대로 생각이 떠오른 것을 곧바로 말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말합니다. 생각을 깊게 하거나 여러 번 다듬지 않는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 결과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아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러한 인지적 충동성은 이른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들에게서 많이 발견됩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만 유달리 좋아하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관심과 주의집중력을 유지한다면 괜찮겠습니다만, 그렇지 않고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과 주의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면 ADHD뿐만 아니라 자폐 스펙트럼 장애까지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한 번 더 생각한 다음에 질문을 던지라고 가르쳐주세요. 한 과목의 수업시간에 질문을 두 번 이상 던지지 않을 것도 미리 약속하십시오. 또 아이에게 다양한 분야에 대해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세요.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 수 있는 경험도 만들어주시고요. 다른 사람들이 얘기할 때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경청하는 훈련도 반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와 같은 부모의 노력과 함께 아이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소아청소년정신과를 찾아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Q 할머니만 계속 찾아요
저희 부부가 맞벌이를 하다 보니 어머니께서 여섯 살 된 아이를 계속 봐주고 계세요. 할머니와 하루 종일 있다 보니 아이가 엄마 아빠와 함께 있을 때도 할머니만 계속 찾네요. 단순히 칭얼거리기만 하면 어떻게든 달래겠는데 종종 마구 소리를 지르고 주체할 수 없이 짜증을 부립니다. 저희 부부가 아무리 달래봐야 소용이 없고, 결국 어머니가 오셔야 울음도 그치고 진정이 돼요. 저희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마현희, 경기 용인시)
A 아이에게는 할머니가 일차 양육자(혹은 주 양육자)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아이와 할머니의 애착관계가 마치 다른 아이들과 엄마들 간의 애착관계처럼 형성된 것입니다. 이 경우 우선 이미 맺어진 할머니와의 애착관계를 인정하시되 엄마, 아빠와의 애착관계까지 넓혀간다는 개념으로 접근해보세요. 가장 좋은 방법은 저녁에 퇴근해서 일정한 시간에 아이와 즐거운 놀이 시간을 매일 갖는 것입니다. 아이는 자연스레 엄마나 아빠에 대해서 친근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아이가 매일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처럼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보일 때면 익숙한 대상인 할머니의 도움을 받으세요. 아이의 기분이 좋아진 다음에 부모가 직접 접근해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부모님이 아이를 달래는 방법에 문제점이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제 그만 울어”라고 지시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아이는 더욱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것보다는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야 합니다. “속상한가 보네” , “화가 났구나” , “기분이 안 좋아?” 등으로 아이의 감정 상태를 공명해주는 반응을 보이십시오. 그렇게 하면 아이의 감정은 한층 더 누그러질 것입니다. ‘우리 엄마 아빠도 내 마음을 잘 알고 있구나’라는 판단이 들면서 안심하게 되니까요. 어쩌면 아이 입장에서 엄마와 아빠를 시험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울음을 그치게 하려 하기보다는 울음에 공감하는 태도가 중요함을 잊지 마십시오.
Q 속옷을 자꾸 벗으려 해요
일곱 살 된 딸아이가 유난히 속옷 입는 걸 싫어합니다. 팬티가 몸에 달라붙는 게 싫다는 거죠. 주변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손으로 팬티를 잡아당기는 습관이 있어요. 치마를 입어도 손을 넣어서 계속 잡아당기는데, 하지 말라고 타일러도 전혀 고쳐지질 않아요. 여자아이라 남들 보기에도 좋지 않은 습관이라 고쳐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김형자, 경기 군포시)
A 아이는 감각적으로 예민해 보입니다. 팬티가 달라붙는 느낌이 싫은 것 말고도 목 뒤에 붙은 옷 상표가 살에 닿는 게 싫어서 상표를 꼭 떼어야 한다든지 허리띠나 단추의 잠그는 느낌이 싫어서 고무줄 바지만 고집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아이의 ‘감각적 예민성’뿐만 아니라 ‘기호나 성향의 차이’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여하튼 아이의 특성을 인정해서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세요. 어떠한 스타일의 복장을 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속옷을 잡아당기는 행동은 다른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도 있으므로 공공 예절 차원에서 접근하십시오.
집에서는 상관없지만 집 밖에서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음을 일러주세요. 그렇게 했는데도 아이가 그러한 행동을 교정하지 않으면 좀 더 헐렁한 느낌의 속옷이나 조이는 느낌이 없는 속옷으로 대체해주세요. 그리고 치마보다는 가급적 바지를 입혀서 손이 덜 가게끔 해주십시오. 아이에게 불편한 느낌을 참으라고 하는 것보다는 불편한 느낌을 최소화해주는 것이 보다 현명한 부모의 대처 방법입니다. 또 아이의 감각적 예민성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평소 체육이나 몸으로 하는 놀이 활동을 많이 시키고 스킨십도 많이 해주세요. 아이가 다른 사람이나 물건 등에 자신의 몸을 스치는 경험을 통해서 감각적 예민성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 육아 고민, 「레이디경향」에 맡겨주세요
「레이디경향」은 이 세상 모든 엄마와 함께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육아 고민을 애독자 엽서 혹은 이메일(kkulbong@kyunghyang.com)로 보내주세요. 정성스럽고 속 시원한 답변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손석한 선생님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으며 KBS ‘생방송 세상의 아침’,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긴급출동 SOS’, EBS ‘육아일기’, 육아방송 ‘손석한 박사의 1mm 육아’, ‘저출산 극복을 위한 육아 솔루션’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에서 자문을 맡거나 고정 출연하며 활발한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빛나는 아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 혁명」 등이 있다.
■기획&진행 / 김민주 기자
■도움말 / 손석한(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사진 제공 / 케이엠스타&탑차일드 ■모델 / 강수정, 권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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