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 소녀, 기타 치다..남자들의 로망이 되다(이데일리)
작 성 자	손석한	홈페이지	http://
작성자 IP	221.148.196.187	작 성 일	2012/08/07   11:43:12
파일 다운로드

 

글내용

소녀, 기타 치다..남자들의 로망이 되다 입력 : 2012.08.07 08:34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수 아이유, 장재인, 주니엘(사진=로엔·나뭇잎·FNC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이상하게 기타 치는 여자가 예뻐 보이더라고요.” 직장인 황진규(35)씨의 말이다. ‘남자는 기타, 여자는 피아노’라는 음악적 통념이 깨졌다. 요즘 가요계는 기타 든 소녀들이 인기다. 가수 아이유·장재인·주니엘이 대표적이다. 아이유는 지난 2008년 16세의 어린 나이로 데뷔해 뛰어난 감성과 가창력으로 평단과 대중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깜찍한 귀여움으로 ‘국민 여동생’ 반열에 올랐지만 그의 음악적 바탕은 기타다. 그는 최근 자작곡 ‘복숭아’가 담긴 앨범 ‘스무 살의 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며 변함없는 인기를 누렸다. 장재인은 자작곡으로만 채운 앨범 ‘여름밤’을 지난 1일 발표하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10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그는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아날로그 감성 음악의 불을 지핀 주인공이다. ‘장재인=통기타’라는 등식이 성립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의 아이유’로 불리는 신예 주니엘은 데뷔 앨범 타이틀곡 ‘일라 일라(illa illa)’로 올해 혜성처럼 떠올랐다. 그 역시 작사·작곡 능력을 갖췄다. ‘일라 일라’는 발표된 지 2개월여가 지났음에도 음원·모바일 벨소리·노래방 등 각 차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걸그룹 멤버들도 어쿠스틱 감성에 눈을 돌려 기타를 찾고 있다. 걸그룹 투애니원(2NE1)은 신곡 ‘아이 러브 유(I love you)’를 얼마 전 ‘기타 천재 소년’ 정성하와 합을 맞춰 어쿠스틱 버전으로 선보였다. 카라 강지영도 콘서트서 수수한 하얀색 긴 치마를 입고 등장해 직접 기타 연주 솜씨를 뽐내며 솔로곡 ‘워너 두(wanna do)’를 불렀다. 어쿠스틱에 빠진 이들은 섹시미를 전면에 내세운 천편일률적인 아이돌 그룹의 득세 속에 존재의 가치를 새삼 보여주고 있다. ‘소녀’라는 상품성과 기타로 상징되는 ‘음악성’이 절묘하게 결합됐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모든 예술 분야는 ‘낯설게 하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는 “가수가 무대 위에서 악기를 직접 연주한다는 것은 시각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인데 대중은 ‘낯선’ 기타 치는 여자에 더욱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악기를 다루는 것은 뮤지션으로 가져야 할 하나의 덕목이자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다”고 덧붙였다. 기타라는 악기에 숨겨진 에로티시즘도 대중의 보이지 않는 로망을 자극하는 한 요소다. 미학적으로 봤을 때 기타는 여체(女體)를 닮았다.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미술 작품 ‘마 졸리-기타를 든 여인’(1912)이 이를 표현한 좋은 예다. 기타는 평소엔 죽어 있는 사물이지만 손을 대면 살아 움직이면서 소리를 낸다. 무릎과 가슴, 양팔로 감싸 안아야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다. 연주자와 악기가 ‘한 몸’이 되어야 좋은 선율을 낸다. 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박사는 “기타의 생김새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로맨스 혹은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기도 한다”며 “기타를 애인처럼 여기는 가수가 있듯 이러한 심볼리즘(Symbolism)은 우리 일상생활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