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마음병 앓는 어린이들 글=김명교 기자
짜증나, 불안해, 우울해, 나도 내가 싫어…
혹시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맘 있나요?
전국 초등학생 가운데 46만명이 넘는 어린이가 정신건강 ‘관심군^이나 ‘주의군^인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7일 ‘2012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초등학생 281만3483명 가운데 정서나 행동을 지속적으로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관심군에 속한 학생은 16.6%(46만6560명), 관심군 중에서 집중관리가 필요한 주의군 학생은 2.4%(5만89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았다. 소년조선일보는 특별기획 ‘마음병 앓는 어린이들^을 마련했다. 어린이 정신건강 실태와 원인을 짚어보고 예방법, 해결방법도 함께 곁들인다.
◇짜증·수면 장애·등교 거부… 마음병 대표 증상
초등학교 6학년 민주(가명)는 고민이 많다. 반 친구들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나게 놀고 싶지만, 주눅이 드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도 민주는 혼자다. 부모님은 일하러 직장에 나가셨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내가 갑자기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슬퍼할 사람이 있을까?^ 잡다한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늘어갔다.
3학년 진수(가명)의 별명은 ^짜증 대마왕^이다. 학교나 집에서 툭 하면 짜증 내기 일쑤다. 학교 복도를 걸어가다 친구와 살짝 부딪힐 때, "진수야, 나와서 밥 먹어"라고 할머니께서 부르실 때 어김없이 짜증이 폭발한다. 예고 없이 터져 나오는 짜증 때문에 진수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진수는 또래보다 말랐다. 밥을 먹다가도 불만이 생겨 ^탁^ 숟가락을 식탁에 놓고 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진수는 시도때도 없이 화를 내는 자신이 너무 싫지만, 스스로도 이유를 알지 못해 답답하기만 하다.
노경란 아이코리아 송파아이존 센터장(심리학 박사)은 "최근 우울증, 불안 장애, 반항성 장애 등 정서·행동 문제를 호소하는 어린이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서·행동 문제를 겪는 어린이에게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짜증·분노 표출, 불안증, 수면 장애, 등교 거부 등이 있어요. 어린이마다 원인은 환경적인 요인, 기질적인 요인 등 다양하게, 또 복합적으로 나타나요. 환경적인 요인에는 가족 관계 문제, 가정 문제, 학습 스트레스 등이 있고 기질적인 요인에는 주의력 문제, 집중력 문제 등이 있을 수 있답니다. 어린이 정서·행동 문제는 원인이 다양한 만큼 누구나 겪을 수 있어요. 마치 예고 없이 심한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 이겨낼 수 있다는 점이지요."
◇"일주일에 한 번, 마음 터놓는 시간 가지세요"
김예원 아이코리아 놀이치료사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마련해두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대화 나누기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털어놓기 어렵다면 친한 친구나 형제·자매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다. 왜 화가 났는지, 지금 기분은 어떤지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보면 화가 누그러들게 된다. 큰소리로 노래 따라 부르기, 달콤한 과자 먹기 등 ^나를 즐겁게 하는 일^ 목록을 작성해 스트레스가 생길 때마다 하나씩 실천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족과 소통할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구민정 아이코리아 임상심리전문가는 "일주일에 한 번, 15분 정도 가족과 감정을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 볼 것"을 제안했다.
"평소 가족과 밥 한 끼 먹을 시간도 없다 보니, 서로 마음과 감정을 나눌 기회가 적은 것 같아요. 소통할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죠. 일주일에 한 번, 시간을 정해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아 보세요. 운동이나 보드게임, 독서 활동을 통해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도 좋아요. 가족 구성원이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소통하다 보면 마음을 짓눌렀던 고민이 해소되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우울함과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도 중요하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누구나 힘들 때가 있다^는 걸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정서·행동 문제는 마음에 병이 난 거예요. 몸이 아플 때 병원을 찾는 것처럼 마음의 병을 앓을 때도 전문 기관이나 병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감기에 걸렸을 때 몸 관리에 신경을 쓰고 약을 먹으면 금세 낫는 것처럼 마음의 병도 마찬가지거든요. ^지금은 마음이 조금 아프지만, 난 이겨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답니다."
마음 아픈 친구, 이렇게 도와주세요!
①항상 정답게 웃으면서 인사해주세요.
②마음이 아파서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다면,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이야기를 들을 땐 ^눈 맞추기^ ^중간 중간 고개 끄덕이기^ 등의 태도를 보여주세요. 또 ^아~ 정말?^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랬구나^ ^힘들었겠다^라는 말로 친구의 이야기에 공감해주세요.
③어려움을 겪는 친구가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힘이 돼주세요. 좋은 친구가 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아요. ^친구의 좋은 점 칭찬하기^ ^함께 놀 때 규칙과 약속 지키기^ ^다정하게 이야기하기^ ^속상할 때 위로하기^ ^준비물 빌려주기^ 등을 실천해보세요.
④친구와의 비밀은 지켜주세요.
⑤친구가 몹시 힘들어 할 땐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에 전화하세요.
여기에 도움 청하세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국번 없이 1388
☞서울시 자살 및 위기상담: 1577-0119
☞아동보호 전문기관: 1577-1391
☞학교·여성폭력피해자 등 긴급지원센터: 국번 없이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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