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돌아왔다③]조용필과 싸이의 심리학
입력시간 | 2013.04.19 10:43 | 조우영 기자 fact@
[이데일리 스타in] 조용필의 신곡 ‘바운스’와 싸이의 ‘젠틀맨’이 사이 좋게 인기몰이 중이다. 조용필은 ‘가왕(歌王)’이라는 호칭답게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석권하며 노장의 기염을 토했다. ‘월드스타’ 싸이는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 ‘핫100’ 1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조그만 두 남자의 인기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이유는 음악 자체가 훌륭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순수·열정·성실을 요즘 우리 한국인에게 말하고 있다. 또 대중이 열광할 만한 심리적 요인이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조용필은 한국 가요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특별한 스캔들 없이 자신이 직접 만든 수많은 곡을 히트시키며 한국 대중가요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조용필 이전에는 전통적으로 트로트가 강세였고, 한편으로는 팝송과 비슷한 요소가 많은 포크 송 혹은 록 가수들이 인기를 끌었다.
조용필은 자신만의 독특하고 한국인 정서에 맞는, 그러면서도 세련된 노래들로 입지를 굳혔다. 그전까지 가요보다는 팝송과 록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조용필 이후 대거 우리 노래들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그는 ‘개척자’, ‘선두주자’, ‘리더’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오로지 음악만을 사랑하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을 자주 보여줬다.
요즘 젊은 대중이 조용필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혹은 존경할 만한 ‘대상’을 찾아서다. 한 마디로 위인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위인을 닮고 싶어 하고 의존도 하고 싶어 한다. 그에게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옛날 사람이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시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가왕’을 넘어서 ‘가황’이 돼 돌아온 조용필에게 지금의 불안한 중·장년층은 자신의 미래 모습을 투영시킨다. 젊은 층에게 조용필은 ‘존경’의 대상이라면 중장년층에게 그는 ‘희망’인 셈이다.
싸이는 어떠한가. 그는 지리적으로 (서구인의 관점에서) 극동의 작은 국가 가수다. 전 세계인을 흥분시키고 자신을 따라 춤추고 노래하게 만드는 싸이는 이미 그 자체로 영웅이다.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느끼게 해 주는 싸이를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마 어떤 이들은 고마움마저 느끼리라. 결코 화려하지 않은 지극히 토속적인 외모의 그이기에, 그래서 나와 별반 차이 없기에 더욱 자랑스럽다.
같은 듯 다른 조용필과 싸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또 있다.둘 다 170cm 이하다.
※ 글쓴이 손석한(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학박사)
손석한은 정신과 전문의로서 연세대학교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했다. 연세의대, 성균관의대, 한림의대의 외래교수며 현재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이다. SBS ‘긴급출동SOS 24’·한국편집기자협회 자문의원, 육아방송에서 ‘손석한 박사의 1mm 육아’, ‘저출산 극복을 위한 육아 솔루션’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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