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얼굴 어때요? 댓글 부탁”
초등생 ‘얼평’ 인기 이유는?
“초등 4학년인데 얼굴 평가 좀 해주세요. 못생긴 거 아니까 솔직하게 평가해줘요. 욕, 비난은 사절.”
“턱 선이랑 이마는 예쁜데 눈썹이 너무 둥글둥글하고, 눈 꼬리가 좀 올라간 거 같아요.”
최근 초등생 사이에서 얼굴 셀카(스스로 자신을 찍은 사진)를 인터넷에 올린 뒤, 사람들에게 “내 얼굴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하는 이른바 ‘얼평’(‘얼굴평가’의 줄임말)이 인기다.
회원만 16만 명, 초등생이 즐겨 찾는 한 10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딩 얼굴평가’ ‘초딩 얼짱남여 접수’ 등의 게시판이 따로 있을 정도. 평가를 요청한 사진에는 순식간에 댓글 50∼100개가 달릴 만큼 관심이 뜨겁다.
초등생 사이에서 ‘얼평’은 왜 인기일까?
내 얼굴, 객관적으로 볼 때 예쁠까?
경기 성남시에 사는 초등 5학년 A 양은 “남들이 내 얼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객관적으로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루는 친구 B 양이 같은 반 남학생에게 “쟤(A 양)가 예뻐, 아니면 내(B 양)가 예뻐?”라고 물었다. 그러자 남학생은 스스럼없이 B 양이 더 예쁘다고 말했다. 이 말을 살짝 듣고 겉으로는 무관심한척 했지만 속으론 무척 신경이 쓰였던 A 양.
이에 A 양은 ‘엄마 아빠는 항상 내가 예쁘다고 하는데 친구들의 평가는 다른 것 같다’는 생각에 온라인 커뮤니티에 손가락으로 ‘브이(V)’ 모양을 하고 있는 자신의 셀카 사진을 올리고 ‘얼굴 평가’를 요청했다. 회원들은 ‘괜찮아요’ ‘귀여움’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얼굴이 검은 편인 듯”이라는 댓글도 있었지만 댓글 대부분이 긍정적이라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고.
자기 얼굴에 대한 자신감으로 평가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6학년 C 양은 “‘얼평’을 요청하는 애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어느 정도 예쁘다(잘생겼다)’고 생각하는 애들”이라면서 “많은 사람에게 ‘귀엽다’ ‘예쁘다’는 칭찬이 듣고 싶고, 자신의 외모를 자랑하기 위해 사진을 올린다”고 말했다.
손석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초등생들이 온라인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평가하는 문화는 외모에 관심이 높은 사춘기에 자신의 외모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면서 “요즘 초등생은 얼굴평가를 하나의 ‘놀이’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범해’ 댓글에 상처 받기도
경기 군포시에 사는 6학년 D 양은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2월, 새로 만날 반 친구들이 자신의 외모를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했다. 긴 생머리를 한쪽으로 길게 늘어뜨려 찍은 사진을 사이트에 올리고 평가를 요청했다.
사진을 올린 뒤 댓글이 달릴 때까지 C 양은 ‘혹시라도 악플이 달리지 않을까’ 걱정했다. ‘성숙해 보인다’ ‘예쁘다’는 댓글들이 달리자 기분이 좋았지만 ‘평범하네요’라는 댓글에는 ‘내가 정말 평범한 수준밖에 안 되나’하는 생각에 한동안 우울했다고.
포털사이트에서 궁금한 것을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공간에서도 초등생들이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서 얼굴평가를 요청하는 글을 흔히 볼 수 있다. 댓글을 쓰는 사람의 정보를 남기지 않고 비공개 방식으로 댓글을 달 수 있기 때문에 외모를 대놓고 비하(깎아내림)하거나 악플을 다는 경우도 많다.
최근 남자친구를 구한다면서 자신의 셀카를 올리고 얼굴평가를 요청한 한 초등 여학생의 글에는 한 누리꾼이 “안녕? 난 (초등) 6학년이거든. 나 만날 생각 없어? 나 꽤 잘나가거든. 담배도 사줄게.ㅎㅎ 아이디 남겨줘”라는 나쁜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은 다른 사람의 사진과 이에 달린 악플들이 남겨진 사이트의 화면을 무단으로 저장한 뒤 많은 사람이 함께 볼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이리저리 떠돌게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얼굴 사진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은정 기자 e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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