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남매를 키우고 있어요. 큰딸이 초등학교 5학년입니다. 그런데 저를 많이 싫어해요. 남편과 제가 스킨십만 하면 무슨 벌레 보듯이 눈살을 찌푸리며 “저질”이라고 합니다. 뽀뽀를 하거나 뺨을 부비거나 안고 있으면 항상 제게 불만을 내비칩니다. 아이 앞에서 제가 주책없이 하는 행동이 보기 안 좋은 모양이에요. 교육상 “엄마, 아빠는 사랑하는 사이야”라며 이해를 시켰는데도 듣는 척도 안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킨십을 자제하는 편이 좋을까요? (경기 안산시 · 이OO)
손석한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은 이제 사춘기 진입 단계에 들어서거나 일부 발달이 빠른 아이는 사춘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사춘기에는 성적 자극에 민감할 때입니다. 비록 엄마와 아빠가 스킨십이나 뽀뽀를 하는 행동이 성적 표현이 아니라 친밀감과 사랑의 표현이라고 할지라도 아이는 그것을 마치 성적인 행동처럼 받아들입니다. 어떠한 아이는 이러한 행동을 보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도 하지만, 큰딸의 경우처럼 거부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남녀 간의 애정 표현을 더럽다, 불결하다, 저속하다 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물론 바람직한 태도는 아닙니다. 따라서 성 교육적 차원에서 아이에게 올바르게 가르쳐줘야 하지요. 그러나 일단 아이가 감정적으로 분명하게 ‘싫다’라는 표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 앞에서 부모의 애정 표현은 삼가셔야 합니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면서 성에 대한 태도를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꿔 나가야지, 무작정 네가 이해하라는 식의 교육은 올바르지 않지요.
또 한 가지 아이에 대해 알아봐야 할 것은 성별에 대한 인식입니다. 예를 들어 여성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이어야 한다는 식의 인식을 갖고 있다면, 엄마의 행동이 여성스럽지 않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향후 서서히 인식의 개선을 위한 부모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양성 평등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이것은 아이와의 대화 중 설명과 설득을 통해서 이뤄나가야 할 부분입니다.
Q 둘째 딸이 7세인데 말로는 절대 이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이없는 건 동갑 남자친구에게는 아주 고분고분해요. 어린 나이에 정말 이성으로 생각하는 걸까요? 성적으로 좀 빠른 건 아닐까요? 제가 관여해서 절제시켜야 할지, 그냥 두고 봐도 될지 궁금합니다. (이메일 사연)
손석한
7세 여아가 동갑 남자친구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성이라는 점을 의식할 뿐입니다. 예컨대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고, 서로 좋아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좋은 것입니다. 실제로 나중에 결혼하고 싶다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놀랄 만한 일은 아닙니다. 이 시기의 아이는 아빠가 좋기 때문에 나중에 아빠와 결혼하겠다고 말하고, 사촌 오빠가 좋기 때문에 결혼할 거라고 종종 얘기하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살펴봐야 할 점은 ‘남자아이의 어떠한 점을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가?’입니다. 그래야 아이의 특성을 보다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물어보세요. “그 친구의 어떤 점이 좋아?”라고요. 아이의 대답으로 “똑똑해서요”, “말을 저보다 잘해요”, “잘생겼어요” 등이 나온다면, 아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지요. 엄마에게 말로 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이가 자기주장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엄마를 편안하게 여겨서 그러한 것입니다. 따라서 엄마는 아이가 무례한 경우에만 지적하십시오. 남자친구에게 잘해주는 것을 관여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아이가 나름의 방식으로 동성이든 이성이든 간에 또래 관계를 맺어나가는 과정을 잘 지켜보시면 됩니다. 그러다가 심각한 문제가 생길 때 엄마가 관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손석한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이자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각 언론매체의 자문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감으로 키우지 마라」(e북), 「지금 내 아이에게 해야 할 80가지 질문」,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 혁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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