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고 분명한 설명 필요
손석한 박사의 마음 나누기
2014. 08. 07 16:12 입력 | 2014. 08. 07 16:12 수정
“우리 아빠보다 낮네” 친구의 말에 시무룩…
A :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둔 육군중사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 아들녀석 때문에 고민입니다.
바로 제 직업 때문인데요, 엄밀히 말하면 계급 때문이라고 해야겠죠. 군인 아빠를 늘 자랑스러워하고 군복 입은 아빠 모습을 좋아해 친구들한테도 자랑하고 그러던 아이였는데….
두 달 전쯤 학교에서 부모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나 봅니다. 제 아들은 당연히 무척 자랑스럽게 아버지가 군인이라고 이야기했고 그걸 들은 한 친구가 계급을 물어본 겁니다. 중사라는 아들 대답에 그 친구는 “우리 아빠보다 낮네”라고 이야기한 겁니다.
아들은 순간 당황했나 봅니다. 그 후로 아들은 말수도 줄어들었습니다. 아들이 철들 때까지 지켜보고만 있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Q : 직업 군인이라는 특성상 계급이 엄연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로군요. 어른들이야 계급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고, 또 설사 위계가 존재한다손 치더라도 상호 존중을 합니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은 아직 미숙하고, 또 생각의 폭이 작을 수밖에 없기에 군인의 계급처럼 상하가 명확한 경우 그것을 절대적인 가치로 생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 아빠 계급이 높으면 계급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우월하고, 더 낮은 계급이라면 모든 면에서 더 낮을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더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도 이러한 현상은 종종 일어납니다. 우리 집이 30평이면 20평의 집보다는 모든 면에서 낫다고 생각하기 쉽지요. 그래서 아이들끼리 방의 개수를 물어보기도 하고, 우리 아빠는 키가 2ｍ라는 등의 과장된 표현이 나오기도 하지요. 시간이 지나가면 그렇게 말한 아이들 스스로도 웃고 넘어갈 일이지만, 막상 그 당시 상황을 경험한 아이들은 상처를 입기도 하고 굉장히 우쭐해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솔직하고도 분명한 설명을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중사라도 아빠는 더 힘이 세” 등의 얼버무리거나 보충하는 것 같은 설명보다는 직설법을 선택해 주세요. “맞아. 아빠는 중사라서 OO네 아빠보다는 계급이 낮아. 군대에는 계급이 있어서 더 높은 사람들도 많이 있어. 하지만 아빠가 군인이어서 나라를 지키는 것이 더 소중하고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야”라고 말씀해 주세요. 그런 다음에 “그래도 그 친구가 너보다 잘난 척해서 속상했지? 그 친구도 나중에 더 크게 되면 다른 사람보다 더 잘난 척하지 않을 거야”라는 말도 들려주세요. 아이가 상처 입은 이유를 보다 더 밝혀주는 셈입니다.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관용ㆍ배려ㆍ존중 등에 대해서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키가 작거나 큰 것과 상관없이 모두 다 소중한 존재라는 말을 들려줄 수 있습니다. 다문화가정 자녀,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의 자녀, 편부모 가정 등에 대한 교육도 시켜주세요. 그리고 “아빠가 현재 계급이 낮은 중사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군인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줘야 훗날 아이가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위축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그 일을 점차 잊어버리게끔 다른 즐거운 활동을 많이 제공해 주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손석한의 마음 나누기’는 직업군인 혹은 그 가족들이 부부관계, 가족문제, 자녀교육 등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고민과 사연을 보내오면 전문가가 답하는 코너입니다. 질문자는 무기명으로 처리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보내실 곳 letter@mnd.mil, letter3753@naver.com (문의 02-2079-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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