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잘 살펴보고 존중해 주는 모습 필요
손석한 박사의 마음 나누기 2014. 07. 31
Q 요즘 중학교 1학년짜리 아들과 말을 붙이기가 힘들어요
16년째 군 복무 중인 육군소령입니다. 결혼한 지는 15년이고 아내는 전업주부지만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도시에서 따로 살고 있습니다. 연년생인 딸과 아들의 나이는 15살, 14살입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과 관계가 어색해졌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 만나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영화도 보고, 장난도 치면서 지내다 보면 헤어짐이 아쉽기만 했는데 요즘은 함께 있는 시간이 불편할 정도입니다.
아이들을 보면 말 수가 급격히 적어진 것은 물론, 표정도 늘 딴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큰딸은 여자아이라 가끔 아이돌 이야기도 하면서 아빠와 대화를 나누는데 중학교 1학년짜리 아들은 도저히 말을 붙이기 힘들 정돕니다. 사춘기 때는 다 그렇다는 말도 듣고, 휴대전화가 문제라는 이야기도 하던데 그래도 저는 정확한 원인을 몰라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이들과 오순도순 예전처럼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A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예전과 다르게 사물이나 현상을 새롭게 인식할뿐더러 크고 작은 고민 한두 개 정도는 안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냥 즐거울 수도 없고,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겨 있게 됩니다. 부모님은 아이들의 이러한 변화 자체를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부모와 아이 간에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아이와의 대화 방법을 한 번 점검해 보세요.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대화 방법을 소개합니다.
첫째,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가령 “오늘 점심은 뭘 먹었어?” 내지는 “일주일 동안 무척 더웠지?” 등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냅니다. 아이는 무엇을 어떻게 대답할지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 것입니다. 만일 “그동안 공부 열심히 했어?” 등의 심각한 주제부터 이야기를 꺼낸다면, 아이는 제대로 대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야단맞을까? 그렇다고 아빠가 원하는 대답을 거짓말로 할 수도 없잖아? 아니, 왜 아빠는 만나자마자 공부 얘기부터 꺼내지?’ 등의 복잡한 생각들이 아이의 머릿속을 채울 것입니다.
둘째,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잘 활용해 보세요. 아이가 눈을 잘 마주치지 않으면서 대화를 회피할 때 유용한 전술입니다.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서서 어깨를 따뜻하게 토닥여 주고 팔이나 손을 살짝 잡아 보세요. 아이가 가만히 있으면 다행이지만, 혹시 아빠의 손을 밀치더라도 상처받지 말고 그냥 받아 주세요. 하지만 “그래, 나중에 얘기하자” 혹은 “아빠가 만지는 것이 싫구나”라는 말을 꼭 던져 주세요. 이 말을 들은 아이는 ‘그래도 아빠가 나의 입장을 존중해 주는구나. 아빠한테 미안하기는 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셋째, 정서 위주의 질문을 많이 던져 보세요. 예컨대 “오늘 기분이 좋았니?” “요새 짜증 나는 것 있어?” “학교생활은 재미있어?” 등의 말들입니다. 반면에 사실 위주의 질문은 “오늘 뭐 했어?” “요새 수학은 뭘 배우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등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기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부모님을 친밀하게 느낍니다. 부모와 아이의 친밀감이야말로 대화를 지속시키는 열쇠입니다. 따라서 아이의 겉으로 보이는 말과 행동보다는 아이의 감정 상태를 잘 살펴보고 존중해 주는 부모의 태도가 아이 마음의 문을 열 것입니다.
● ‘손석한의 마음 나누기’는 직업군인 혹은 그 가족들이 부부관계, 가족문제, 자녀교육 등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고민과 사연을 보내오면 전문가가 답하는 코너입니다. 질문자는 무기명으로 처리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보내실 곳 letter@mnd.mil, letter3753@naver.com(문의 02-2079-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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