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선택은 자신의 몫 … 아버지의 상실감 위로를
2014. 08. 28 16:00 입력 | 2014. 08. 28 16:01 수정
여군이 되길 바라시는 아버지, 어떻게 설득해야할까요
Q 저는 일반 체육대학을 가고 싶은데 아버지는 사관학교를 고집하십니다.
어릴 때부터 “나는 딸밖에 없으니 셋 중 하나는 여군을 만들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긴 했지만 저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도 미래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막상 제가 체대를 가겠다고 말씀드리니 완강하게 반대의사를 내비치시며 “아빠와의 약속을 잊었느냐?”고 하시는 겁니다. 딸 셋 중에 가장 체력도 좋고 운동도 잘하는 저를 여군 후보로 점찍어 놓고 계셨다는 겁니다. 제 적성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여군이 되는 것만이 효도하는 길은 아닐 텐데 말입니다. 저는 체대를 나와 체육선생님이 되는 게 꿈인데…. 아버지를 어떻게 설득시키죠?
A 그간의 대화 부족이 매우 아쉽습니다. 아마 아버지는 어릴 적 딸의 모습을 그대로 기억한 채 당연히 여군이 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체대를 희망하는 딸의 태도에 일단 당황하셔서 완강한 반대를 하셨을 것입니다.
현재 아빠가 반대하시는 이유는 ‘약속’ 때문이고, 또 한 가지는 당신의 ‘바람’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학생이 잘못 대처한 부분도 있습니다. 여군을 만들겠다는 아버지의 입버릇 말씀에 대해서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점입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후회한들 돌이킬 수 없는 부분이기에 먼저 이에 대한 사과의 말씀을 올리세요. “아버지! 아버지가 저를 여군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제가 별다른 의사 표현을 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제가 아무런 답변을 드리지 않은 것은 여군이 되고 싶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뚜렷한 계획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체육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이 분명해졌습니다. 저를 이해해주고 허락해 주세요”라는 말씀을 여러 차례 하십시오.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고집을 꺾을 것입니다. 자녀의 미래를 부모가 결정할 수 없음을 잘 알고 계실 테니까요. 부모의 희망 사항을 자녀가 따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서로 뜻이 다른 경우에는 결국 자녀 자신의 뜻이 더 중요합니다. 그것이 나쁘고 잘못된 방향이 아닌 이상 나는 나의 꿈과 미래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가 겪고 있는 ‘상실감’을 이해해 드리고 위로하는 일입니다. 아버지는 세 딸 중에서 한 명은 자신처럼 군인의 길을 걸어야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믿었던 학생이 다른 길을 간다고 하니 마치 역할을 상실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버지는 스스로 군인인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녀들이 아무도 군인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군인인 아버지를 존경해서 이어받았으면 했는데 혹시 아이들은 군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아버지를 위로해 줌과 동시에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전하세요. “아버지! 서운하셨지요? 하지만 저희는 아버지가 군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아버지를 매우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기운 내십시오. 파이팅!”
아버지는 군인이 되지 않아도 행복해할 수 있는 딸의 미래를 어느덧 그리고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훌륭한 체육선생님이 되기 위한 노력, 즉 체대 입시 준비와 인성 함양을 게을리하지 마세요.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고2 여학생입니다. 그런데 최근 진로 문제 때문에 아버지와 갈등이 심해졌습니다.
‘손석한의 마음 나누기’는 직업군인 혹은 그 가족들이 부부관계, 가족문제, 자녀교육 등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고민과 사연을 보내오면 전문가가 답하는 코너입니다. 질문자는 무기명으로 처리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보내실 곳 letter@mnd.mil, letter3753@naver.com(문의 02-2079-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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