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자신이 느끼고 있는 상황을 솔직히 대화
손석한 박사의 마음 나누기 2014. 08. 21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고 싶은데 어떻게 표현해야…
Q 남편은 전투기 조종사입니다.
늘 극도의 긴장감 속에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수인 직업이지요.
저도 그 점 잘 알고 있고 컨디션 조절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편도 나이가 들면서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저 또한 아이 교육 때문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다 보니 약간씩 갈등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남편은 제가 남편에게 소홀해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저는 남편이 자녀 교육에도 신경을 써주길 바라다 보니 서로에게 불만이 조금씩 쌓여가는 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한번도 얼굴을 붉히며 큰 소리로 싸워본 적은 없습니다. 둘 다 속상한 일이 있어도 참고 견디고 표현을 잘 안 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집안이 겉으로는 평온한데 뭔가 냉랭한 느낌입니다. 남편과의 갈등도 슬기롭게 해결하고 ‘파이팅’ 넘치는 집안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A 속으로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로군요. 하지만 감정은 마냥 속에 쌓아둘 수만은 없습니다. 계속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폭발적인 형태로 분출돼 더 큰 갈등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금씩 혹은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종의 ‘말하기’ 연습이지요.
남편과 나 모두 아이의 성장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상호 관심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아내가 먼저 대화를 제안해 보세요. 그리고 나의 입장을 먼저 설명해 주세요. “내가 당신을 예전만큼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아이가 점차 크다 보니까 교육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입니다. 현재 느끼고 있는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해야 상대방도 현실을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아마 남편 역시 자신이 느끼고 있는 상황을 솔직하게 표현할 것입니다. 만일 이와 같은 과정을 생략한 채 곧바로 남편에게 “이제부터 아이 교육에 신경을 써 주세요”라는 요구를 던진다면, 남편은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간주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큽니다. “내가 언제 그랬는가?” 내지는 “나도 힘든데 아이 문제까지 신경 쓰란 말이야? 그 부분은 당신이 알아서 해요” 등의 반응을 보일 수 있지요.
그리고 혹시 나에게 바라고 있는 점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남편에게 던져 보세요. 이것은 ‘내가 아직도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메시지의 전달입니다. 혹시 불만을 얘기하면 일단 수용해주고, 괜찮다고 말하면 일단 안심하세요. 그런 다음에야 남편에 대한 나의 바람을 전달하세요. “전투기 조종사라는 직업이 워낙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의 아빠이므로 교육에 관심을 좀 가져줘요. 아이에 대해서 함께 얘기하고 의논할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요”라고 제안하세요. 만일 남편이 흔쾌히 받아들이면 우리 가족이 이제 제2의 전환기를 맞이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혹시 남편이 자신의 관리에도 버거워하면서 부담스러워한다면 제안을 나중으로 미뤄보세요. 그래도 언젠가는 남편이 받아들여야 할 몫입니다.
무엇보다도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서로 대화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을 보낸 부부니까 서로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생각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만일 그것이 가능한 경우라면 이미 그 전에 무수히도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기 때문이지요.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남편에게 자주 질문을 던지라는 것입니다. 지시나 간섭이 아니라 남편의 뜻을 존중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저녁 메뉴는 뭐가 좋을까요?” 등 일상적인 가벼운 질문을 미소와 함께 던지면서 친밀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손석한의 마음 나누기’는 직업군인 혹은 그 가족들이 부부관계, 가족문제, 자녀교육 등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고민과 사연을 보내오면 전문가가 답하는 코너입니다. 질문자는 무기명으로 처리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보내실 곳 letter@mnd.mil, letter3753@naver.com(문의 02-2079-381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