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도 관심과 사랑입니다 서로의 생각과 말을 존중해 보세요”
손석한 박사의 마음 나누기 2014. 10. 16 16:29 입력
외모를 너무 가꾸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Q 제 딸은 여군 대위입니다.
똑똑하고 야무지고 일 잘하고 학교 때도 모범생이었고 키우면서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자식입니다. 그런데 무슨 고민이냐고요?
외모를 너무 가꾸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여자라서’라는 전제를 붙이지 않더라도 요즘은 외모도 경쟁력인 시대잖아요? 저는 군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딸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엄마기 때문에 딸이 남들한테 무조건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생각해 봐도 군인이라고 지금 당장 전쟁터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피부도 곱고 몸매도 날씬하다고 해서 전투를 못하는 것도 아닐 텐데 기초화장품조차 제대로 바르지 않고 다니니 걱정입니다.
더더욱 딸의 직업이 군인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외모로 인해 “어쩐지” “그럴 줄 알았어” 그런 평가를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A 여군과 화장품이 잘 어울리는가의 문제는 정말 생각해볼 만한 것입니다. 여군도 여자이므로 외모를 가꾸고 화장품을 가까이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과 여군도 군인이므로 외모나 화장품보다는 체력과 정신력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 있을 테니까요. 아마 반반으로 팽팽하게 나뉠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사실 어느 쪽이 더 옳은가에 대한 정답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전시 체제에서는 당연히 군인의 정체성을 더 강조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겠지요. 결론적으로 딸과 엄마의 의견 불일치가 대립 혹은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즉 서로에 대한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엄마는 나름대로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같은 여자로서 여성의 외모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딸에게 열심히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그대로 실행을 하는가의 여부는 온전히 딸의 몫입니다. 일단 성인인 데다가 자신의 가치관이나 견해에 따라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니까요. 아마 딸은 여성이라는 역할보다는 군인이라는 역할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을 것입니다. 외모가 매력적이고 예쁜 여성이 직업적 성취에 덜 영향을 준다는 판단이 직업 군인을 선택한 동기로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딸의 견해가 우선적이지요. 엄마 입장에서 야속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제 더 이상 딸을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언자 혹은 조력자의 역할을 하십시오.
한편 딸이 알아야 할 점도 있습니다. 혹시 엄마의 말씀을 그저 잔소리처럼 여기지는 않았을까 걱정됩니다. 엄마의 조언을 강요로 받아들이면 더욱 곤란하겠지요. 엄마의 조언은 어디까지나 자식인 나를 위한 것임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고마워해야 하겠습니다. 다만 그 조언을 따르기 싫으면 엄마에게 분명히 말씀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가 저를 생각해줘서 고맙지만, 저는 화장품 바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요. 그리고 지금처럼 하고 다니는 것이 더 편해요.”
그렇다면 엄마는 딸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요? “네가 지금 잘 지내고 외모를 가꾸는 것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은 알겠어. 하지만 엄마 생각에는 조금씩 외모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네 발전에 도움이 될 거야.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당장 화장품을 바르는지 아닌지의 선택보다는 서로의 생각과 말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딸이 예뻐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딸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니까요.
‘손석한의 마음 나누기’는 직업군인 혹은 그 가족들이 부부관계, 가족문제, 자녀교육 등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고민과 사연을 보내오면 전문가가 답하는 코너입니다. 질문자는 무기명으로 처리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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