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비타민] 과잉육아는 이제 그만
뉴스천지
2014.09.28
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물질공세, 과잉보호 등을 받고 자라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결국 독이 된다는 사실을 정작 부모들이 모르고 있다. 뭐든지 넘치는 아이들, 이대로 자라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자.
첫째, 성격 형성의 과정에서 문제점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의존적인 성격을 갖게 되기 쉽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요한 결정은 물론이거니와 매사의 사소한 결정마저 부모에 의해서 간섭당하기 때문이다. 의존성이 심한 아이는 독립성 또는 자율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 삼십이 다 되어서도 “엄마, 우리 어디서 식사하지요?” “TV는 어느 회사 제품을 사야 되죠?”라고 물어보는 자녀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아내(또는 남편)와 의논할 일도 부모님에게 의존해서 결정을 대신 구하는 ‘아이 같은 어른(childish adult)’의 출현이 점차 늘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사회성 형성의 과정이다. “친구들을 골라 사귀어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위험하니까 가까이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들어왔던 아이들은 도무지 세상 사람들에 대한 열린 가슴과 신뢰가 별로 없다. 제한된 만남과 교류의 기회는 아이들로 하여금 사회성 습득에 치명적인 결함을 초래할 수 있다. 부모의 양육 태도, 이른바 과잉간섭과 과잉보호를 하는 부모의 특성 때문에 아이로 하여금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게 되고, 그 결과 건강하게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의 발달이 더디어질 수 있다.
셋째, 정신적 성숙의 제한이다. 신체적인 성숙은 20세 이전에 완성돼서 부모의 키보다 훌쩍 커진 아이들이다. 그러나 정신적인 성숙의 관점에서 보자면 20대 중반, 아니 후반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청소년의 특성을 그대로 보이고 있는 아이 같은 어른을 진료실에서 발견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대학생이 돼서도 여전히 엄마의 간섭과 그에 대한 반발로 진료실을 함께 찾아오는 딸과 엄마, 그리고 아들과 아버지의 모습은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하게 늘고 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겪는 문제들인 컴퓨터 과다사용 문제나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문제, 진로에 대한 계획이나 삶에 대한 의욕이 별로 없음 등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가 대학생 때는 부모가 관여하지 않아도 스스로 걱정하고 고민했던 진로에 대한 문제를 과잉육아 부모의 자녀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있으며, 이 고민을 부모가 대신 해 주고 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이와 같은 부모-자녀 간의 갈등과 고민이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오히려 없었다는 것이다. 그때는 부모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제 부모들은 과잉육아에서 단순육아로 전환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사항들을 기억하자. 첫째, 내가 갖고 있는 걱정과 불안은 실제로 대부분 일어나지 않음을 기억하라. 아이가 유괴될까봐 걱정했지만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 과연 그랬는가? 둘째, 복잡한 생각들을 글로 써 본다. 나의 생각들을 객관화시켜서 바라볼 수 있다. 셋째, 일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미리 생각하지 않고, 나중에 닥치면 해결하자고 다짐한다. 넷째, 머릿속이 복잡하고 걱정들에 사로잡히면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나 집안일을 한다. 뇌의 활동을 신체적 활동으로 전환시킴으로써 걱정과 불안을 감소시킬 수 있다.
다섯째,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가만히 있거나 몸을 축 늘어뜨리며 이완시킬 수 있는 시간을 하루 30분씩 가진다. 여섯째, 생각들이 멈추지 않으면 스스로 “이제 그만!”이라고 큰 소리로 외친 후 다른 장소로 이동해 본다. 일곱째, 지금의 여러 가지 고민들은 시간이 지나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고, 결국 다 잘 될 것이라는 긍정적 믿음을 갖는다. 즉 낙관주의적 태도를 가진다. 단순함이 복잡함을 넘어서고 지나친 관심보다는 한 발짝 떨어진 육아가 오히려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이 다소 격세지감일 수 있겠지만,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다면 이 또한 부모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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