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해도 서두르지 말고 거쳐야 하는 과정 아들 감정을 촉진시켜 한 발짝씩 다가가야”
손석한 박사의 마음 나누기2014. 10. 23 16:35 입력
이제 한 집에 살게 된 6살짜리 아들이랑 친해지려면…
Q 군 생활 8년차 육군 대위입니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고요. 주로 전방지역에서 복무하다보니 최근에서야 아이와 한 집에 살게 됐습니다. 그동안은 시어머님이 봐주셨고요. 아이는 현재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저한테 너무 정을 주지 않습니다. 잘 웃지도 않고 안아달라고도 하지 않고 투정조차 잘 부리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그냥 얌전한 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남들 보기에는 그저 조금 조숙한 아이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많이 섭섭하기도 하고 아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됩니다.
어머님이랑 전화 통화할 때 가장 환하게 웃는 아이, 생각해 보니 그동안 아이를 보러 갔을 때는 늘 옆에 어머님이 계셔서 저랑도 잘 놀아 줬던 것 같기도 합니다.
6살짜리 우리 아들이랑 더 친해질 수 있는 좋은 방법 좀 알려주세요.
A 엄마가 서운한 감정을 많이 갖고 계시군요. 하지만 아이는 어디까지나 아이일 뿐입니다. 즉 시간이 지나서 점차 엄마와 아이가 즐거운 시간을 더 많이 공유하면, 결국 엄마를 좋아하고 따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결코 서두르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아이가 엄마와 친해지기 전에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할머니와의 분리 과정입니다. 이미 할머니와 떨어져 있지만 마음까지 아직 분리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엄마가 또 한 번 서운하게 느끼실 줄 모르겠지만, 그간 아이의 엄마는 사실 할머니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차 양육자 혹은 주 양육자로 불리는 사람이 할머니든 보모든 이모든 간에 아이에게는 엄마처럼 작용했다는 뜻입니다. 그런 엄마(사실은 할머니)와 이제 떨어진 다음에 진짜 엄마와 지내게 됐으니 아이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적응이 잘 되지도 않는 것입니다. 아마 아이는 그전에 이미 엄마(친모)를 그리워하고 찾기도 했겠지만, 자신의 바람과는 다르게 엄마가 나타나서 놀아주고 보살펴주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게 됐을 겁니다.
어떤 아이는 반대로 엄마를 가끔씩 볼 때마다 다시 떠나지 말라고 울며불며 떼를 쓰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우를 저항 유형의 애착관계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경우 별로 엄마를 찾지 않고 오히려 덤덤하게 대하고 있지요. 이것은 회피 유형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엄마와 친해지고 엄마로부터 직접 보살핌을 받고 싶은 욕구가 분명이 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엄마가 하셔야 할 일은 아이의 감정 표현을 촉진시키는 것입니다. 즉 아이가 ‘기쁘다’, ‘즐겁다’, ‘짜증이 난다’, ‘슬프다’ 등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게끔 분위기를 만들어 주세요. 아이의 기분에 관한 질문을 자주 던져 주시고, 아이가 잘 대답하려고 하지 않으면 잠시 기다려 주거나 혹은 엄마가 대신 읽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엄마 생각에는 지금 OO가 기분이 좋을 것 같은데, 기분이 더 좋아지기 위해서 우리 함께 즐겁게 놀이를 할까?”도 좋고, “엄마 생각에는 OO의 기분이 나빠 보이는데 밖에 나가서 맛있는 것 먹고 기분을 좋게 만들자”도 좋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엄마를 점차 확인하면서 아이는 엄마의 곁으로 한 발짝씩 다가올 것입니다. 엄마도 당분간은 다소 과장된 표정의 감정 표현과 하이 톤의 음성을 보여 주세요. 마치 아기를 다룰 때의 엄마의 태도처럼 말입니다.
‘손석한의 마음 나누기’는 직업군인 혹은 그 가족들이 부부관계, 가족문제, 자녀교육 등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고민과 사연을 보내오면 전문가가 답하는 코너입니다. 질문자는 무기명으로 처리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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