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쓰레기 더미 생활 남매" 당시 영상보니…"충격"
아침뉴스타임 2015.04.30
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3066819&ref=A
<기자 멘트>
쓰레기가 집 안에 가득 차 있습니다.
잘 믿어지지 않지만, 이곳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10대 남매와 어머니 등 세 식구가 함께 살았던 한 아파트 내부 모습입니다.
우연히 집 안의 모습이 세상에 드러나기 전까지 어머니는 철저하게 외부인의 접근을 막아왔다고 합니다.
수년 동안 쓰레기더미 집에서 생활해 온 10대 남매.
사건의 전말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6일 일요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3층 베란다에 누군가 매달려 있다는 신고가 접수됩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아이가 고성을 질러요. (베란다) 난간에 걸터 앉아가지고 몸을 흔드는 거예요. 굉장히 위험하죠. 겁이 나니까 신고하고..."
다행히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에 위험한 상황은 종료됐습니다.
그런데, 출동한 구급대가 소동을 벌인 당사자와 가족의 안전을 확인하려고 하자 집주인은 한사코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뭔가 수상했습니다.
경찰까지 출동해 설득을 한 뒤에야 간신히 열린 현관문.
그런데, 믿기 힘든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녹취> 강혜진(소방교/수원소방서 정자119센터) : "현관 입구에 제 허벅지 높이 정도의 쓰레기가 다 있어서요. 제가 발을 들어서 그 쓰레기 위를 걸어 다닐 정도로..."
뉴스따라잡기 취재팀이 입수한 당시 휴대전화 영상입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온통 쓰레기가 가득한 집안, 어디가 방이고 어디가 거실인지 조차 구분이 안 될 정도입니다.
한쪽 벽면에는 생수병이 가득 쌓여 있고, 바닥에는 변을 본 기저귀까지 아무렇게나 나뒹굽니다.
<인터뷰> 유병석(수원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3팀) : "전체 다가 다 쓰레기로 가득 차있었고 사람 키보다도 더 높이 쌓여 있었고요. 문조차 열 수 없는 상황에 이불도 시커멓고 위생 상태는 더 더욱 안 좋고요. 대변 기저귀가 그냥 쌓여 있었고. 그런 상황 속에서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관리비를 내지 않아 지난 2013년부터 단수가 됐다는 집.
물조차 나오지 않는 집에서 50대 어머니와 자폐장애를 앓고 있던 17살 아들, 그리고 15살 딸 등 세 식구가 장시간 생활을 해온 겁니다.
<인터뷰> 유병석(수원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3팀) : "(자녀에게) 너 세수나 샤워 같은 것은 어떻게 하느냐 했더니, 엄마가 사온 생수로 화장실에서 씻고, 대소변은 급하면 봉지에다가 대변을 눠서 그 화장실 거기다가 그냥 버리고..."
더 놀라운 건, 이런 공간에서 생활해 온 아이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인터뷰> 유병석(수원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 "(딸이) ‘조금 불편만 하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라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남이 모르면 되지 않느냐 이러는 거예요. 자존감 자체도 굉장히 많이 떨어져 있을 것이고요. 스스로 이것이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것을 인지를 못 하는 것 같아요."
이런 일이 알려진 다음날, 관할구청 등은 긴급 구호 조치의 일환으로 해당 가정에 대한 청소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치우고 치워도 끊임없이 나오는 쓰레기 더미.
<인터뷰> 유재진(환경미화원) : "아 말도 못 하죠. 냄새 쓰레기는 가득 찼지. 아 냄새 마스크 아니면 마스크 끼고 가도 냄새가 나가지고 못 들어가요."
이날 집에서 나온 쓰레기의 양은 무려 5톤을 넘을 정도였습니다.
벌레까지 적지 않아, 방역작업을 따로 해야할 정도였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이렇게 짐이 다 나오고. 나이 80인데 내 평생에 처음 봤어요. 이렇게 (쓰레기가) 많이 나온 것은..."
그렇다면, 보호자는 왜 어린 자녀들과 함께 머무는 보금자리를 이런 상태로 방치한 걸까?
17년 전, 남편이 집을 나간 뒤 홀로 두 남매를 키워왔다는 어머니.
<인터뷰> 유병석(수원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3팀) : "아르바이트하는데 밤 8시에 (나가서) 다음날 아침 6시면 들어와서 아이들 깨우고 학교에 보내준다. (쓰레기는) 방 안에다가 하나하나 쌓아가다 보니까 그것이 이제 굉장히 자기가 혼자서 치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니까 그때부터는 자포자기해서 아예 포기를 했던 것 같아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는 자신이 행동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것이 자녀들에 대한 ‘학대’라고 인지하지는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사건을 접한 전문가들은 이런 행동이 일종의 강박증에 해당 된다며 자녀들에 대한 방임으로까지 이어진 만큼 치료가 시급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인터뷰> 손석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저장강박’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물건들을 잔뜩 쌓아 놓고 버리지 못 하는 질병인데요. 그로 말미암아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 한 것이 아닌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죠."
그런데, 이 사건이 알려지기 얼마 전, 비슷한 사례가 또 접수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도현석(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 "최초에는 아이들 집안이 좀 지저분하고 아이들이 방치되는 것 같다 이렇게 신고가 됐고 갔더니..."
이곳 역시 경기도 수원.
지난 2월 아동보호센터에서 경찰과 함께 찾아간 집 안의 모습인데요.
방바닥에 가득 널부러진 옷가지와 이곳 저곳에 쌓아둔 생활쓰레기들.
특히 화장실의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인터뷰> 도현석(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 "일단 냄새가 굉장히 많이 났고, 화장실에는 휴지하고 대소변이 바닥에 흥건하게 다 이렇게 쌓여 있었고, 그리고 저쪽 거실 겸 주방에는 쓰레기하고 방 안에 길고양이 한 마리 또 같이 살고 있더라고요."
공교롭게도 이 집에도 40대 어머니와 17살, 12살된 남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이모 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집안을 청소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는데요.
<인터뷰> 조현주 경감(수원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 "계속 몸이 아파서 미루고 미루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하고, 본인은 되게 크게 생각을 안 하시는 것 같았거든요. 아이들이 워낙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쉼터 같은데 옮기려 했을 때도 집에 있겠다."
문제는 장시간 이런 환경에 노출된 자녀들이 정서적인 학대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 공간을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미호(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장) : "아이들이 정상적인 발달이 아마 늦어질 수 있고, 심리 정서적으로도 위축되거나 불안하거나 이후에 공격성까지 늘어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산더미 같은 쓰레기 속에서 생활을 해온 아이들.
경찰은 아이들을 방치한 부모들에 대해 아동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방침입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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