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세상보기] 각자의 기념일을 기억하자 (국방일보)
2015. 08. 12
손 석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
\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다. 대한민국이 일본 제국주의의 강점에서 벗어난 기쁜 기념일이 벌써 70년이나 지났다. 인간의 삶에 비유하면, 노년기에 접어들어서 인생을 회고하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여러분은 광복을 떠올릴 때 무슨 생각이 들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으로 다행스럽고 잘됐다는 생각이 들고, 기쁘고 벅차며 안심하는 감정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참으로 불행하고 안타까우며 비극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수치심·분노·슬픔 등의 감정도 느낄 것이다. 그것은 8월 15일 광복절이 아니라 그전의 35년 일제강점기 세월에 초점을 둔 관점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누구나 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면, 지난 우리나라의 슬픔과 기쁨, 좌절과 영광, 불행과 행운 등을 모두 다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과거 역사를 이해하고, 기억하며, 여러 가지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향후 우리나라의 발전과 번영에 꼭 필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각자의 삶은 어떠했는가? 여러분은 각자의 기념일을 몇 개나 간직하고 있는가? 지금 한 번 눈을 감고 과거의 삶을 떠올려 보자. 일곱 살 생일 때 부모님께 멋진 장난감 자동차를 선물 받아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던 일, 아홉 살 어린이날 때 친척들과 어울려 놀이공원에 가서 하루 종일 지치지 않고 먹고 놀았던 일, 열일곱 살 중학교 졸업식 때 친구들과 장난치고 웃으면서 기념사진을 찍었던 일, 열아홉 살 수능시험 치는 날 역시 친구들과 홀가분한 마음으로 영화를 관람했던 일 등이 떠오르는가? 이와 같은 날들은 기뻤던 날들이었으리라.
혹시 슬펐던 날들은 없었는가?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셨거나 혹은 이혼이나 별거가 이뤄졌는가?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아 부모님께 야단을 무척 많이 맞아서 두려웠거나 화가 난 적은 없었는가? 사귀었던 이성 친구와 헤어져서 슬프지 않았는가?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이나 폭력을 당해서 울었던 적은 없었는가? 이와 같은 부정적 경험을 한 사람들은 특정한 날짜를 마치 기념일처럼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매년 그 날짜가 돌아오면, 과거의 부정적 사건 경험이 마치 현재의 일처럼 떠오르고 아울러 그때 느꼈던 여러 가지 부정적 감정들마저 동시에 재현되곤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을 ‘기념일 반응(anniversary reaction)’이라고 부른다. 혹시 이러한 기념일 반응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부터 새로운 반응으로 바꾸어 보자.
과거의 일은 과거일 뿐 나에게는 지금 현재와 앞으로의 미래가 소중하게 남아 있음을 인식하자. 만일 이와 같은 인식의 전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나를 지지해줄 만한 친구나 가족에게 과거의 슬픔과 분노 등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로 털어놓자. 그러면 이제부터 나의 기념일을 다르게 기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의 발전과 성숙을 위한 경험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한편 과거의 좋았던 일들이 일어났던 각종 기념일은 수시로 기억하자. 나의 정신건강에 무척 이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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