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 이슈] "헤어지자" 말에 흉기·염산… 도 넘은 "이별 범죄"
기사입력 2015-07-23
http://imnews.imbc.com/replay/2015/nw1800/article/3738429_14761.html
◀ 앵커 ▶
한 40대 여성이 아파트 주차장에서 60대 남성에게 납치를 당할 뻔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여성을 소개를 받은 60대 남성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달라면서 흉기까지 들고 찾아왔던 건데요.
먼저, 보도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차에서 내린 여성 앞을 남성이 가로막습니다.
이를 피해 집으로 들어가려 하자 이 남성은 흉기로 위협하며 여성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려 합니다.
이때 여성은 비명을 질렀고, 소리를 들은 한 주민이 다가갑니다.
먼저 경찰에 신고부터 하더니 몸싸움 도중 날아든 흉기를 재빨리 줍고 피해 여성을 데리고 몸을 피합니다.
여성을 납치하려 한 63살 서 모 씨는 달아났다 10시간 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서 씨는 아는 사람 소개로 알게 된 46살 김 모 여인을 최근 한 달 동안 일방적으로 따라다니며 5~6차례 폭행을 일삼고 돈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 모 씨/피의자]
"제 마음을 좀 알아달라고, 놀라게 해서 미안하고 깊이 사과하고 깊이 반성합니다."
하마터면 인명피해가 날 뻔한 상황, 서 씨의 검거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도운 이웃 주민의 역할이 컸습니다.
[황재상/세종시 종촌동]
"그 여성분이 크게 ^살려달라^고 소리를 치고 그래서 그 자리에 제가 안 있더라도 다른 분이 계셨더라도 누구나 신고를 하셨을 것 같고요."
경찰은 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주민에게는 표창을 수여할 방침입니다.
◀ 앵커 ▶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일방적인 구애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마련인데요.
자신은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해도, 상대방은 사생활 침해나 간섭, 심하면 폭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빗나간 애정은 끔찍한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요.
일명 ^데이트 폭력^이 얼마나 심각한지 유선경 아나운서가 설명해 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지난 5년간, 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사람의 수는 3만 6천여 명에 달합니다.
한해 7천 명 정도인데요,
같은 기간에 애인에게 살해당한 사람도 ^290명^으로 지난 한해에만 52명이 숨졌습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경우도 64명이나 됐는데요,
^헤어지자^는 이별 통보를 들었을 때 가장 많이 살해 동기를 갖게 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별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른바 ^이별 범죄^가 늘고 있는 겁니다.
관련 보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헤어지자는 말에 암매장]
25살 이 모 씨는 지난 5월 초,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 묻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여자친구의 헤어지자는 말에 화가 나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습니다.
[피의자]
"(집착이 있으셨나요?) 서로 좋아했습니다. 서로 사랑했습니다."
[헤어진 연인 살해 40대]
도로 한쪽에 피를 흘린 흔적이 또렷합니다.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의 한 거리에서, 40살 김 모 씨는 얼마 전 헤어진 애인과 함께 있던 남성을 마주쳤습니다.
김 씨는 도로를 건너 도망치는 이들을 쫓아가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이 사건으로 47살 여성 유 모 씨가 숨졌고, 42살 최 모 씨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이 위독한 상탭니다.
[옛 애인에 염산 뿌린 50대]
중년의 여성이 건물로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한 남성이 황급히 따라 들어갑니다.
이들 두 사람은 지난 1년간 연인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사건 열흘 전 여성이 이별을 통보하자 남성이 앙심을 품고 염산을 여성의 얼굴에 뿌린 겁니다.
[경찰 관계자]
"마지막 헤어지기로 하고 여자가 6백만 원 돈까지 줬어요. 돈까지 받아갔는데도 (남성이) 자꾸 만나자고…"
[옛 애인 흉기로 찌른 50대]
경기도 안양에서는 50대 남성이 넉 달 전 이별을 통보한 옛 애인의 직장에 찾아가 흉기로 수차례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남성이 헤어진 뒤에도 자꾸 만나자고 하자 여성이 직장까지 옮겼지만, 몰래 미행해 새 직장을 찾아낸 것입니다.
[서모씨/피의자]
"너무 많이 사랑했습니다. 제가 쫓아가면서 무릎도 꿇어보고 사정도 해보고 그랬는데…"
◀ 앵커 ▶
지금 살펴본 것처럼 이같은 일명 ^이별 범죄^는 젊은 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전문가의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Q.연인 사이의 폭력 등 범죄 많은 이유?
[손석한 정신과 전문의]
"상대방을 사랑했다기보다는 그 사람의 전부를 마치 자신의 일부인 것처럼 착각하고 또 그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을 자신이 다 마음대로 해야겠다는 마치 소유물처럼 여기는 집착의 심리가 상당부분 반영됐다고 볼 수가 있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이나 이별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Q.중장년층도 ^이별 범죄^?
[손석한 정신과 전문의]
"일부 사람들은 상대방을 자신이 갖춘 여러 가지 성과물처럼 여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일궜던 업적, 혹은 성과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이제 받아들이기 때문에 배신감이 굉장히 커서요. 어떤 폭력이나 급기야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겁니다."
◀ 앵커 ▶
결국 사랑을 빙자한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는 심각한 범죄인데요.
혹시 만나고 있는 상대가 물건을 집어던진다거나, 원하지 않는 행위를 집요하게 강요한다면, ^데이트 폭력^의 초기단계로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구체적인 내용, 확인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한 연구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 열 명 중 네 명은 폭력을 행사했다고 해서 헤어지지 않고,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해자들은 왜 이런 관계를 끝내지 못했을까요?
[미안하다]
^미안해. 그러니까 한 번만 용서해줘^는 말에 사랑하니까 받아준다는 건데요.
가해 남성이 무릎을 꿇거나 울면서 잘못을 빌면, 피해 여성은 이런 행동을 ^진심 어린 반성^으로 이해해 용서하는 패턴을 반복한다는 겁니다.
[내 탓이다]
가해 남성은 때로 "내가 때린 건 너의 잘못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책임 회피를 하곤 하는데요.
^한국 여성의 전화^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들의 4분의 1 정도가 ^나도 잘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달라질 거다]
^시간이 가면 바뀔 것^이라거나, 자신이 ^조금만 더 노력하고 참고 견디면 폭력적인 연인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는 겁니다.
또, 데이트 폭력은 비교적 연애 초반에 문제가 나타나지만, 관계를 깨끗하게 단절하지 않으면, 불행하고 비정상적인 관계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무려 15년 동안이나 데이트 폭력에 시달려왔다는 한 여성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데이트폭력 피해여성]
"9층쯤 됐는데 뛰어내리겠다고 계속 얘기하는 거예요."
도망쳐도 봤지만, 돌아온 것은 더 끔찍한 위협이었습니다.
[데이트폭력 피해여성]
"무조건 저한테 사랑하니까 만나야 된다. 안 만나주면 죽겠다. 술 먹고 전화해서 칼을 목에 대고 있다고 그런 위협? 실제로 칼을 보여준 적도 있고…"
휴대전화에 녹취된 남자의 음성은 애인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휴대전화 녹취]
"야! 너야말로 진짜 이따위로 할 거야? 나한테 복수 하려고 이러는 거야? 나를 죽이려고 이러는 거야 왜 이러는 거야?"
이 여성은 우울증과 자살충동으로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데이트폭력 피해여성]
"계속 이런 식으로 협박을 지속적으로 해서 지금 빌려준 돈도 이미 7천만 원이 넘고, 20대 절반 이상과 30대를 다 그렇게 보냈으니까 당연히 인생 자체가 허무하죠."
◀ 김대호 아나운서 ▶
[단호한 태도]
^데이트 폭력^을 당하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먼저, 어떠한 형태의 폭력이든 단호히 거부해야 합니다.
상대의 반응에 흔들리지 말고, 단호한 태도를 유지해야 상대도 폭력을 비롯한 어떤 방법으로도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주변의 도움]
데이트 폭력을 당하면 부끄럽게 여겨 감추려는 경향이 있는데요.
가족과 친구, 상담기관 등 믿을 수 있는 주변 사람에게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도움을 받아야 극단적인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증거수집]
헤어진 뒤 폭력과 협박을 할 경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증거를 기록해야 합니다.
^문자 메시지^나 ^대화 내용 녹음^ 같은 폭력의 증거를 통해 이별 범죄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Q. 데이트 폭력 대처 힘든 이유는?
[이화영/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소장]
"^사랑하기 때문에 때린다^라는 어떤 말들이 피해자한테는 ^그런가?^라는 생각들을 하게 되면서 잘 인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모르는 사람이 동일한 폭력을 한다면 본인은 분명히 폭력이라고 인지를 할 텐데 연인이기 때문에 데이트 상대자이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가 뭔지, 좀 더 생각하고 사랑에 대한 방식에는 폭력은 절대 이용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단호한 대처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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