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은 우리 아이… 이웃에 꼭 알려야 할까요
손석한 박사의 마음 나누기 2014. 10. 09
Q.평범한 군인 가족입니다.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면(저희는 절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저희 아이가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는 겁니다. 돌쟁이 때 입양한 아이는 이제 곧 다섯 살이 됩니다.
우리는 공개입양을 했고 아이에게도 입양사실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군인가족이라 이사가 잦다 보니 고민이 생겼습니다. 이사를 할 때마다 이웃들에게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려야 되는가 하는 것 때문에 말입니다. 지금이야 아이도 어리고 학교도 가기 전이지만 동네를 옮기거나 학교를 옮길 때마다 이웃과 친구들에게 입양사실을 설명한다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일 것 같습니다. 특히 아이가 상처받을까 가장 큰 걱정입니다. 그렇다고 적당한 거짓말로 숨기기는 싫고요. 현명한 해결책 좀 알려주세요.
A. 돌발 상황 발생 땐 심리적 상처 가능성 이웃과 가까워진 후 부모가 말해 줘야
과거와는 다르게 점차 공개입양이 주된 흐름입니다. 이는 아이에게도 입양이라는 사실을 떳떳하게 알리고, 그것이 결코 부끄럽거나 숨길 만한 점이 아니라는 것도 의미하며, 혹시 아이가 심리적 상처를 입거나 갈등을 겪더라도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더 성숙해질 수 있다는 측면 때문입니다. 혹시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아직 얘기하지 않으셨다면 다섯 살이 되는 지금 알려줘도 됩니다. 간혹 중·고등학생 시기나 혹은 고교 졸업 직후에 알려주는 부모도 계시는데, 그때는 정체성 혼란이 더 크게 올 수 있기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여하튼 공개 입양의 취지와는 별개로 현실에서는 부정적 편견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는 한 굳이 처음부터 입양 사실을 이웃 주민이나 학교 측에 알릴 필요는 없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그 사실을 마치 아이의 약점이나 결핍으로 여겨서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이유로 삼기도 하니까요. 물론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혹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할 것입니다. 하지만, 돌발 상황이 생기게 되면 아이가 받게 될 심리적 상처가 꽤 클 수 있습니다. 철없는 또래 친구들이나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이 아이에게 무심코 혹은 의도적으로 던진 말들이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지요.
따라서 처음에는 그냥 지내면서 점차 가까워지고 친밀감을 느끼게 되면 말을 꺼내거나 혹은 우연한 기회에 이야기가 나왔을 때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아이 스스로 말하는 것보다는 부모가 말해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아이는 그 다음에 이어지는 여러 가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편 아이에게도 상황 대처 기술을 가르쳐 주세요. 가령 친구들끼리 부모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 다른 화제로 돌리는 것을 시도하거나 혹은 다른 장소로 이동해 곤란한 상황을 피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숨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게 되어 더욱더 부정적 인식을 하게 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다음과 같은 말씀을 덧붙여야 합니다.
“친부모든 입양 부모든 절대 중요하지 않아. 엄마 아빠와 너는 분명히 서로 사랑하고 있거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차이를 두기 때문에 굳이 남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게다가 군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여러 군데를 돌아다닌다면 더더욱 갈 때마다 사실을 밝힐 필요는 없습니다.
-‘손석한의 마음 나누기’는 직업군인 혹은 그 가족들이 부부관계, 가족문제, 자녀교육 등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고민과 사연을 보내오면 전문가가 답하는 코너입니다. 질문자는 무기명으로 처리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보내실 곳 letter@mnd.mil, letter3753@naver.com (문의 02-2079-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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