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 유학 계획…"기러기 아빠" 만들어야 하나요
문제의 답 구하기 전에 남편 의견 들어봐야
2014. 12. 04
중학생 딸 유학 계획…‘기러기 아빠’ 만들어야 하나요
Q 결혼생활 15년 차 군인의 아내입니다.
처음에는 어학연수만 계획했습니다. 아이가 원하기도 했고 더 늦으면 학업에 지장이 있을 거 같아서 중3 되기 전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외국에서 3개월 정도 생활해 보더니 유학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아이는 그곳 생활이 훨씬 적성에 맞고 활기 있어 보입니다. 솔직히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반대할 명분도 없습니다. 다행히 하나뿐인 아이 유학 보내기에 아주 빠듯한 형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저의 거취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우습게도 남편이냐 아이냐 선택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딸이라 혼자 두면 안 될 거 같고, 남편은 제가 옆에 없으면 집안이 엉망이 될 거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기러기 아빠’를 터부시하던 제 소신에 어긋나는 일이기도 하고요. 고등학교 이후에 유학을 가라고 딸아이를 설득해 볼까요?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죠?
문제의 답 구하기 전에 남편 의견 들어봐야
A 가족이 함께 지내는 것이 가장 좋다는 사실은 두 말할 나위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이 서로 떨어져 지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가족 간의 사랑과 화합을 잘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요. 말씀하신 고민은 남편 또는 딸 누구의 입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가의 문제입니다. 이 문제의 답을 구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남편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입니다.
현재 상황을 이미 아빠도 알고 있겠지만, 다시 한 번 남편의 마음, 특히 속마음 혹은 진짜 마음을 알아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편과 진지한 대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다음 두 번째 해야 할 일은 나의 마음을 스스로 가늠하는 것입니다. 나의 마음이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를 잘 생각해 보십시오.
딸의 미래를 위해 기러기 아빠를 감수하고서라도 내가 따라가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다소 걱정되기는 하지만 딸 혼자 보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려 보십시오. 사실 딸은 이미 자신의 의견을 밝혔으니 더이상 물어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정의 상황과 아이의 연령으로 미뤄 볼 때 고등학교 이후 유학을 가자는 제안은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딸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마음이 많이 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딸에게 충분한 대화를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해 주고, 약속을 꼭 지킬 것임을 강조해서 딸을 안심시켜 주십시오.
부모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딸이 계속 유학을 강하게 원하고 주장한다면, 혼자 유학 보내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어린 딸에게 행여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까 걱정이 될 테니 대안으로 본격적인 유학 이전까지 외국 연수를 자주 보내는 것도 생각해 보십시오. 어느 쪽으로 결정이 이뤄지든지 간에 가족의 합의가 도출돼야 합니다.
누구 한 명의 반대나 주저함이 있을 때 유학을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만일 최종적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어쩔 수 없이 현재 상태의 유지입니다. 물론 부모의 계획대로 고등학교 이후의 유학이 이뤄진다면, 그래도 아이는 잘 받아들일 것입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경구는 가족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됩니다. 아이가 단기 연수로 가 본 해외가 멋지게 보였을 테지만 실제 유학 생활은 또 다를 수 있음도 설명해 주세요. 아이가 특정한 장난감을 마음에 든다고 해서 부모가 곧바로 사주지 않듯이 이번 경우에도 기다림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손석한의 마음 나누기’는 직업군인 혹은 그 가족들이 부부관계, 가족문제, 자녀교육 등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고민과 사연을 보내오면 전문가가 답하는 코너입니다. 질문자는 무기명으로 처리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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