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딸 바보’ 아빠… 아들에게도 신경 써 주세요
손석한 박사의 마음나누기2014. 11. 20
아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질문하고 엄마가 적극 개입, 父子간 기회 만들어 줘야
Q : 언젠가부터 ‘딸 바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편도 유행에 뒤처지기(?) 싫은지 딸아이만 너무 티 나게 예뻐해서 걱정입니다.
특히 군인이라서 그런지 남자들 틈에서만 지내다가 집에 와서 딸이 애교 떠는 걸 보면 미치게 예쁘다고 합니다. 딸만 보면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고 사 달라는 거 해 달라는 거 다해 주고 잔소리도 절대 안 하고, 전형적인 딸 바보 아빠입니다.
그러다 보니 엄마인 저는 괜히 아들 눈치를 보게 됩니다. 딸은 초등학교 1학년이고 아들은 5학년이거든요. 아들도 아직 어린 나이잖아요? 한 번도 제 입으로 섭섭하다는 소리는 안 했지만 아들에게만 무관심한 남편 때문에 저는 신경이 무척 쓰입니다.
무엇보다 1년 후, 남편이 전방지역으로 가게 되면 또다시 이산가족이 돼야 하는데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아들과 남편이 즐거운 추억을 더 많이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A :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타들의 아빠 육아를 경쟁적으로 보여주다 보니까 ‘딸 바보’라는 말이 대세가 됐지요. 그것과는 별개로 사실 많은 아빠가 딸을 엄청나게 귀여워하고 사랑하는 것도 이미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습니다. 다만 티 나게 한 아이만 예뻐하다 보면, 소위 ‘편애’의 문제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때로는 편애가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습니다.
부모의 마음도 분명하게 한 아이를 예뻐하는 것이 느껴지고, 그 결과 사랑을 덜 받는 아이가 심리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소아정신과 진료로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어느 때는 부모 스스로는 편애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다가 아이에게 문제 행동이 있어서 상담하던 중 편애가 드러나며 그것이 아이 증상의 중요한 원인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많이 있지요. 중요한 것은 더 많이 사랑하는 아이를 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덜 사랑하는 아이를 더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덜 좋아했던 아이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아이들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부모가 가까운 집 근처 공원이나 마트에 갈 때 덜 예뻐하는 아이를 더 자주 데리고 나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아들은 현재까지 별다른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하므로 일단 다행일 수 있으나 속으로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가 아이의 아빠와 동생에 대한 마음에 대해 솔직하게 질문하십시오. 아마 아이가 어느 정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특히 아들에게 있어서 아빠의 편애는 자신의 ‘능력’이 인정받거나 혹은 인정받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아빠의 사랑과 인정을 못 받는 아이는 자신감이 없고 소극적인 아이로 자라기 십상이니까 이제부터 신경을 써야 합니다. 따라서 엄마가 더욱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아들과 아빠가 친해질 기회를 만들어 주세요. 가령 아빠와 아들이 함께 축구공 차기를 하거나 공중목욕탕을 가게끔 권유하세요. 만일 현재의 상태가 아무런 변화 없이 지속될 때 가장 우려되는 점은 가족 내에서의 편 가르기 현상입니다.
아빠와 딸이 밀착돼 있으므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엄마와 아들이 밀착하게 되고, 그 결과 서로 상대편에 대한 견제와 긴장이 유지됩니다. 심한 경우 상대편을 적대시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와 같은 극단적 경우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아빠의 아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은 꼭 필요합니다.
‘손석한의 마음 나누기’는 직업군인 혹은 그 가족들이 부부관계, 가족문제, 자녀교육 등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고민과 사연을 보내오면 전문가가 답하는 코너입니다. 질문자는 무기명으로 처리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보내실 곳 letter@mnd.mil, letter3753@naver.com (문의 02-2079-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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