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설계, 남편과 진지하게 대화하고 싶은데…
손석한의 마음 나누기2014. 11. 06
Q 결혼 10년 차. 남편과 두 아이 가족 모두 건강하고 남부러울 것 없는 화목한 가정입니다. 특히 남편과 저는 대화도 잘 통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취미도 비슷해서 지루할 틈이 없는 부부입니다.
그런데 아이들도 모두 진학하고 점점 돈 쓸 일이 많아지는 데다 이제는 슬슬 노후 준비도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남편은 너무 천하태평입니다. 심지어 돈 모으는 데 관심을 두는 것을 속물 취급 내지는 ‘군인정신’에 어긋나는 걸로 여기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 직분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군 생활을 하면 노후는 저절로 보장되는 걸로 생각하는 걸까요? 아니면 집에서는 심각한 이야기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남편을 무시하고 제 맘대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내키지도 않고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남편과의 진지한 대화, 어떻게 유도해야 할까요?
메일·메시지 등을 통한 의견 교환도 한 방법…
배우자 이해 구한 뒤 계획 세워 진행해 봄직도
A 노후 대비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남편도 분명히 그것을 알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생활에 바쁘거나 일에 쫓기다 보면, 생각을 뒤로 미루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도 하지요. 혹은 그다지 자신이 없을 때 생각 자체를 회피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건강의 중요성을 누구나 다 알고 인정하지만, 금연·금주·운동·음식조절 등을 잘 실천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건강 검진의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올까 두려워서 아예 병원 문턱을 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간혹 있습니다. 물론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남편, 자녀와 부모, 형제자매 남매와 친구 등의 역할이 중요하지요.
아내는 노후 대비와 미래 설계의 주제에 대해서 대화 나누기를 원한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꺼내세요. 만일 남편이 그런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메일이나 메시지 등을 이용한 글로써 의견 교환을 해 보세요. 그럼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나 혼자서 계획해도 괜찮은지의 여부를 물어보세요. 만일 남편이 그렇다는 대답을 하면, 일단 내가 먼저 계획을 세우고 일을 진행하세요. 하지만 중간에 남편에게 상황을 알려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래야 내가 독단적이라는 부정적 느낌을 스스로 줄일 수 있으니까요. 또한 어느 정도 상황이 구체화하면 그때 남편이 비로소 현실적 필요성을 깨닫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얼마든지 내용이 수정, 보완, 변경될 수 있지요. 만일 남편이 아니라는 대답을 하면, 비록 아쉽지만 계획 및 집행을 뒤로 미루십시오. 사랑하는 남편이 원하지 않는 일을 굳이 혼자서 강행할 필요는 없지요. 대신 그 이유를 물어보십시오. 남편의 타당한 이유가 나올 것입니다.
예컨대 아직은 현재의 생활에 충실해야 하거나 노후 대비의 여력이 없다고 할 수 있고, 기존의 연금으로 충분하다고도 할 수 있으며, 퇴직 후에도 건강을 유지해 계속 일을 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내가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배우자의 생각을 정확하게 아는 것입니다. 그다음부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살피며 취합하면서 미래를 계획해 나갈 수 있으니까요. 한편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에서 상호 간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갈등 해소의 첫걸음입니다.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고 상대방에게 따라오라는 식의 접근은 곤란합니다. 제일 중요한 마음가짐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이해입니다.
‘손석한의 마음 나누기’는 직업군인 혹은 그 가족들이 부부관계, 가족문제, 자녀교육 등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고민과 사연을 보내오면 전문가가 답하는 코너입니다. 질문자는 무기명으로 처리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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