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아듀①>차승원·유해진이 건진 "예능 블록버스터"
입력시간 | 2015.03.20 08:06 | 양승준 기자 kranky@
[삼시세끼 아듀①]차승원·유해진이 건진 `예능 블록버스터`
20일 막을 내리는 tvN ‘삼시세끼’ 어촌편.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응답하라’ 시리즈 ‘추억의 힘’을 뛰어넘었다. 케이블 채널 tvN의 9년 시청률사(史)도 새로 썼다. 20일 종영하는 ‘삼시세끼’ 어촌 편 얘기다. 1월23일부터 3월13일까지 8회 평균 시청률은 약 11.9%(닐슨 코리아·전국유료채널기준). 최고시청률은 13.3%(2월20일)까지 나왔다. 기존 채널 최고 시청률은 지난 2013년 12월28일 ‘응답하라 1994’ 마지막회가 기록한 11.9%. 적어도 시청률에서는 ‘삼시세끼’가 더 좋은 성적을 거두며 주목을 받은 셈이다.
다채널·다매체 시대에 시청률 10%를 넘어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삼시세끼’ 어촌편과 비슷한 시간대 방송된 KBS·MBC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들은 시청률 한 자리 수에 머물렀다. MBC ‘나는 가수다’와 KBS2 금요드라마 ‘스파이’는 4~5%대의 시청률을 오가며 고전했다. 같은 날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와 KBS2 ‘용감한 가족’도 시청률 10%대를 넘지 못했다.시청률 두 자리 수를 기록한 프로그램은 SBS ‘정글의 법칙’이 유일하다. ‘삼시세끼’ 어촌 편이 케이블이란 채널의 한계를 딛고 그만큼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는 얘기다.
▶‘예능빅카드’차승원·유해진+외딴 섬 극한 환경=블록버스터 어촌편:지난 2014년 방송된 ’삼시세끼‘ 산촌(정선)편이 기록한 평균 시청률은 약 7%. 어촌편이 더 큰 ‘안타’를 친 비결은 뭘까. 정덕현 방송평론가는 “전작인 정선 편이 준 신뢰와 차승원 등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출연자들이 준 기대감이 맞물려 어촌편이 더 큰 대중적 폭발력을 줬다”고 봤다. 여기에 “거친 파도와 고립된 섬 생활 등 어촌이 준 환경의 특수성이 블록버스터 느낌을 줬다“는 설명도 보탰다. 어촌편에서는 강원도 정선에서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그림을 보여줬다. 거친 파도와 고립된 섬 생활 등 외딴곳에서의 생활에 대한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군소 등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물고기와 낯선 섬 풍경은 ‘삼시세끼’에 새 옷을 입혔다. 여기에 출연자들의 관계의 깊이까지 더해졌다. 어촌편에는 차승원과 유해진이 서로 속마음을 터놓으며 부모 얘기부터 연기 생활까지 공유한다. 이서진과 택연이 산촌 편에서 보여주지 못한 ‘관계의 뜨거움’에 몰입하는 시청자도 늘었다. ’삼시세끼‘를 연출하는 나영석 PD는 ”두 중년 남자의 이야기가 된장찌개처럼 확 끓어올랐다“고 표현했다. 이서진과 택연은 형·동생으로 친하긴 하지만 개인적인 고민까지 나누기에는 나이차이 가 적잖다. 이와 달리 차승원과 유해진은 서로 10년 넘게 알아온 데다 나이도 같아 관계의 깊이가 더 빨리 달아오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삼시세끼 아듀①]차승원·유해진이 건진 `예능 블록버스터`
20일 막을 내리는 tvN ‘삼시세끼’ 어촌편.
▶“한 끼 식사 충실?높은 노동 성취감”:‘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이 지닌 보편성은 어촌편 인기에 든든한 기둥이 됐다.‘삼시세끼’는 연예인들이 외딴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밥을 안정적으로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 바로 인간이다. 이들이 어렵게 밥 한 끼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현실 속 밥벌이의 어려움과 식사의 의미를 되돌아 보게 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초빙교수는“‘삼시세끼’에는 정신노동으로 피곤한 현대인들이 단순한 육체노동을 통해 피곤한 정신노동의 일상에서 벗어나면서도 자신의 목숨을 위해 필요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인간의 노동과 식사의 본질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일을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일을 해야 하는 게 자본주의 사회 노동자들의 숙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 음식 재료를 준비해 밥을 해 먹는 과정이 소소한 듯 하지만 높은 성취감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절벽사회‘에 요리가 주는 힐링”=‘한 끼’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시대적 배경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절벽사회’라 불리는 시대다. 사람들은 세상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는다. 여기서 이들이 택한 건 ‘나’와 ‘현실’의 만족이다.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게 바로 요리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사회적 성취를 희망이 없다는 이유로 포기한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사람들은 행복을 밖이 아닌 내 안에서 찾는 식으로 관점을 바꾸기 마련”이라며 “자기만족감을 충분히 줄 수 있는데다 경쟁 없이 성취를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요리”라고 분석했다.
이런 사회적 배경 속에 ‘삼시세끼’가 주는 ‘치유’의 효과도 프로그램 인기에 큰 몫을 했다. ‘삼시세끼’는 여백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게임은 없다. 제작진이 특별한 미션을 주지도 않는다. 밥 지어 먹는 것 말고는 다른 목적도 없다. 다른 예능처럼 출연자들이 말을 많이 하지도 않는다. ‘삼시세끼’를 즐겨본다는 직장인 박성미(34) 씨는 “특별히 뭘 하지 않아 좋고, 그냥 편안하게 보게 된다”고 말했다. 느림의 미학, 아날로그의 가치, 여백의 즐거움 등을 즐기는 도시인들에 ‘삼시세끼’가 ‘힐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김교석 방송평론가는 “말수와 작위적인 상황 연출을 덜고 공간을 이용하는 게 ‘삼시세끼’ 같은 관찰형 예능의 특징”이라며 “시청자에 뭔가를 주입하는 대신 빈 공간을 둬 그 안으로 끌어들이고 공감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진화된 예능의 형태”라고 평가했다.
[삼시세끼 아듀①]차승원·유해진이 건진 `예능 블록버스터`
(자료=닐슨코리아).
▶“어촌편은 아이들 뽀로로” 10세 이하 아이들이 주 시청자: 어촌편은 어린이들에 특히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의뢰해 성연령별 시청률을 확인해보니 4~9세 남자가 약 4.38%로 남자 10대(3.86%)·20대(2.54%)·30대(3.01%)·60대 이상(2.03%)보다 높았다. 지난 1월23일부터 2월6일까지 3회 방송의 평균을 내 비교한 결과다. 남자 40대(6.94%)보다 낮았지만 50대(4.57%)와 비슷한 수치다.그만큼 남자 어린이들이 ‘삼시세끼’ 어촌 편 주 시청자였다는 얘기다. 방송 특성상 비슷한 또래인 중년이나 밥 해 먹는 일의 어려움을 아는 직장인 등 20대 이상 남자 시청자의 반응이 더 뜨거울 것이라 예상됐지만, 결과는 달랐다.지난해 방송된 ‘삼시세끼’ 강원도 정선 편과 비교하면 4~9세 남자의 어촌편 사랑은 확연하게 드러났다. 2014년10월17일부터 31일까지 방송된 ‘삼시세끼’ 정선편 1~3회 성연령별 평균 시청률을 확인해보니 4~9세 남자가 0.76%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선 편을 가장 안 봤던 시청층이 어촌 편에서는 열혈 시청층으로 변한 것. 시청률만 비교하면 무려 약 9배나 올랐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8세 남자아이와 6세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명희(36) 씨는 “거친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등 수렵적인 면이 있어 방송에 낚시하는 모습이 나올 때는 아들이 좋아한다”며 “딸은 산체(강아지)가 나올 때 더 좋아한다”며 웃었다. 신윤경 CJ E&M 방송홍보팀 차장은 “아이들이 동물보감 보듯이 신기해한다는 반응이 많다”며 “방송 시간이 늦은 편이지만 부모들도 아이들 학습용으로 물고기 이름도 알려줄 겸 아이들에게 방송을 보여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CG를 활용해 만재도에서 잡힌 특이한 어종을 소개했고, 이런 노력이 어린이들의 관심까지 사로잡을 수 있게 했다는 의견이다.
[삼시세끼 아듀①]차승원·유해진이 건진 `예능 블록버스터`
tvN ‘삼시세끼’ 어촌편에 나왔던 바다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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