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 아이는 혼자놀고 부모는방관하고..(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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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12: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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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혼자 놀고 부모는 방관하고… 놀 줄 모르는 아이, 놀아줄 줄 모르는 부모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조선에듀 기사 작성일 : 2016.09.02

#1

28개월 남아 정서후(2·가명)군이 최근 들어 즐기는 놀이가 있다. 장난감 자동차를 방 바닥에 놓고 앞뒤로 움직이는 것을 반복한다. 벌써 두달 째다. 정군은 “(자동차 놀이가) 제일 재밌다”고 했다. 엄마 김민진(32·가명)씨는 이런 정군의 행동이 못마땅하다. 김씨는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부릉부릉’하며 왔다갔다하는 것보다 그림책을 보면 좋겠는데…”라고 했다. 급기야 그는 요즘 자동차 놀이하는 아들 옆에서 책을 소리 내어 읽고 있다. 물론 정군은 귀 닫고 자동차만 굴리고 있다.  

#2

대기업에 다니는 서진영(36·가명)씨는 주말마다 대형마트에 들러 딸 서정인(5·가명)양에게 줄 장난감을 산다. 서씨는 “야근이 잦아 주중엔 딸과 놀 시간이 별로 없다”며 “미안한 마음에 다양한 장난감을 사주고 있다”고 했다. 정작 서양은 장난감 선물을 받아도 뾰로통하다. 아이는 “신기한 장난감이 많아서 좋지만, (혼자 노니까) 재미는 별로 없다”고 했다. 서씨는 “장난감 가지고 노는 딸 옆에 있긴 한데, 딱히 어떻게 함께 놀아야 할지 몰라서 쳐다보기만 하는 것”이라며 “맘 먹고 아이와 놀아도 1분 이상 못 가는 것 같다”며 멋쩍어했다.

    
‘제대로 놀 줄 모르는 아이, 자녀와 함께 놀 줄 모르는 부모’가 점점 늘고 있다. 아이는 특정 놀이를 반복하거나 혼자 놀기에 열중하는 게 대표적이다. 부모의 경우엔 자녀의 놀이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방관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례가 확산하는 가장 큰 이유로 ‘놀이의 중요성에 대한 부족한 인식’을 꼽는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은 “놀이는 영유아기 신체적·정서적·인지적 발달을 위해 아주 중요한 활동인데, 우리나라에선 이를 학습이나 공부의 반대 개념으로 몰고 비생산적인 활동으로 폄하한다”며 “놀 줄 모르는 아이, 자녀와 함께 놀 줄 모르는 부모가 늘어난 건 이러한 그릇된 인식 때문”이라고 했다.

부모의 성향도 주요 원인이다. 정신건강의학과·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는 “아이는 부모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본다. 따라서 부모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예컨대 말수가 적거나 적극적이지 못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놀이를 접할 기회가 적어 서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나치게 간섭하는 부모를 본 아이는 수동적인 놀이밖에 하지 못한다. 놀이는 자기주도적인 활동인데, 이런 상황에선 부모주도적인 활동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사회적·환경적 요인도 지목된다. 영유아발달전문가 김수연 박사(김수연아기발달연구소장)는 “놀이는 반드시 상호작용이 필요한 활동인데, 도시화·핵가족화가 가속화하면서 이러한 기회가 현저히 줄었다”며 “TV·스마트폰 등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아이들이 시·청각적으로 강한 자극을 주는 영상이나 콘텐츠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함께하는 놀이보다는 혼자하는 놀이에 더 빠진 점도 꼽을 수 있다”고 했다.

◇“영유아기, 제대로 된 놀이가 사회성 키워”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유아기의 놀이는 책 읽고 학습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활동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에요. 어쩌면 사회성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도 할 수 있는 셈이죠. 사회성을 기르려면 영유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아주 중요한데, 이때 놀이가 아주 효과적이에요. 놀이는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정서 발달에 도움을 줘요. 대인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죠. 부모와 함께 한다면 엄마·아빠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느낄 수 있어요. 몸을 쓰면서 신체 발달도 돼요. 다양한 놀이 속에서 호기심이나 흥미도 유발돼요. 이처럼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발달하고 성장할 준비를 해요. 하지만 요즘 부모들은 이 과정은 건너 뛰고 책 읽고 학습하는 것부터 하죠. 양육과 육아는 반드시 원칙과 순서를 지켜야 해요. 영유아기엔 학습보다 노는 게 먼저라는 걸 부모들이 알아야 해요.” (오은영 박사)


손석한 원장은 “보고 듣는 것보다 체험을 통해 얻는 게 더 많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따라서 책 읽고 공부하는 것보다 놀이를 통해 직접 경험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놀이의 주도권은 반드시 아동이 쥐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은영 박사는 “작금의 문제는, 아이는 정말 놀고 싶은데 부모는 노는 것을 가르치려고 한다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부모는 한발짝 물러서서 아이가 스스로 만든 놀이를 응원하고 지원해줘야 한다”고 했다.  

김지선 한솔교육 핀덴개발팀 수석연구원은 “아이들의 놀이에도 과정이 있다. 계획·실행·평가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놀잇감이나 활동을 탐색하며 계획을 세워 직접 해 본 다음, 스스로 재미 여부를 판단하는 거다. 여기서 놀이는 자기주도적인 활동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엄마·아빠가 이 순서를 무너뜨린다면, 아이는 흥미를 잃게 되고 효과도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단 지나친 지식 확장과 교정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은영 박사는 “예를 들어 아이가 기차 놀이를 재밌게 하고 있는데 의욕적인 부모가 옆에서 기차의 종류나 기차의 영단어 등까지 알려준다면, 그 아이는 학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흥미를 잃을 것”이라며 “부모의 과욕은 아이의 놀이에 있어 금기 사항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노는 방법은 간단하다. 김지선 수석연구원은 “놀이는 탐색에서 출발한다. 아이들은 탐색을 하면서 놀잇거리를 찾고 흥미를 느낀다. 부모는 이를 유심히 관찰해, 아이의 흥미를 극대화시켜 주는 것으로 지원해주는 게 좋다. 예컨대 아이가 물건을 상자에 담는 걸 좋아한다면,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상자를 마련해주는 식이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입문용 놀이’를 추천했다. 장난감이나 교구를 활용하는 것보다는 생활 놀이를 권장한 게 특징이다.

손석한 원장은 “놀이는 상호작용이 필요한 활동이기 때문에 병원 놀이와 같은 역할 놀이나 가상 놀이가 적합하다”고 했다. 김지선 수석연구원은 “요리 놀이의 경우엔 레시피를 통해 규칙과 순서를 자연스레 익힐 수 있다. 푸딩·아이스크림 등을 만들면서 과학적 원리도 배울 수 있다. 요리 과정에서 자연스레 소근육과 인지 능력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고 했다. 김수연 박사는 “놀이는 상호작용과 스킨십을 통해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목욕 놀이나 수영, 정리 놀이, 시장 탐방 놀이 등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은영 박사는 “몇 번 강조하지만 놀이는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그동안 자녀와 함께 놀 줄 몰랐던 부모는 뜨겁게 연애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만큼 적극적으로 아이와 하루 30분씩 두 차례 이상 놀아주길 바란다. 그렇게만 한다면 아이는 어느샌가 부쩍 성장해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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