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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바세린을 님의 글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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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손석한 선생님. 병원에 찾아뵙기 전에 게시판에도 상담을 요청드리고 싶어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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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초3, 남 외동)가 작년에 있었던 일이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며 일상생활에서의 불편을 호소합니다. 저는 6년 전 전남편 유책으로 이혼을 했고 현재 제가 아이를 기르고 있습니다. 아이 교육이나 정서상 아이아빠와는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왕래를 하며 면접교섭일(한달에 2번. 1박 2일씩 주말.)이나 명절연휴 때 절반(설연휴 4일이면 2일을 아빠집)을 전남편집에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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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는 신체건강하고 평소 매우 밝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로블록스나 브롤스타즈 보는 거 좋아하는 평범한 초3어린이입니다. 아빠와 한 집에 함께 살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저와도 아빠와도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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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친구들집에도 놀러 가고 친구들도 데려오곤 했는데 어느날 다른집의 생활모습과 저희 집의 생활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유를 물어왔습니다. 전남편을 헐뜯거나 책망하는 어조없이 엄마 아빠 생각이 달라서 이혼하게 되었다는 것을 말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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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고, 엄마도 아빠도 너가 잘 자라도록 최선을 다할 거라고 정삼각형을 그려서 엄마-아빠 선분은 이제 없어졌지만 엄마-너 선분, 아빠-너 선분은 변하지 않는다고 알려주었더니 아이도 받아들이고 지냈습니다. 사실 저도 사람인데 몇년이 지났어도 전배우자에게 감정이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더라도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에 흉보는 일을 일절 삼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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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설명을 길게 드렸는데 문제는 이것입니다. 작년부터 아이가 전남편 본가(지방)에 다녀온 이후 지속적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 대처를 했지만 상황이 제가 컨트롤하기에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아 병원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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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편은 저희집에서 면접교섭일에 아이를 데려가면 보통 자신이 머무는 오피스텔에서 아이를 데리고 있지만 1년에 3-4번 정도는 본가에 데려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날 평소와 다름없이 ‘아빠집’에 다녀왔던 아이가 지방 할머니집에 다녀왔는데 다시는 가기 싫다고 하여서 왜 그런지 이유를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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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살 어린 사촌동생(호식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할머니의 비호를 믿고 텃세를 부린다는 것이었습니다. 호식이는 할머니집 근처에 살아서 거의 매주 할머니집에 가고 외동으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호식이와 저희 아이가 크게 사이가 나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만나는 일 자체가 적어 서로 사촌간에 큰 접점이 없이 서로의 존재만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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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식이는 할머니집에 가면 늘 자신이 앉는 식탁의자(왕의자)를 정해두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주말에 저희 애가 할머니집에 갔더니 호식이네가 이미 와 있었대요. 그런데 그날 저녁을 먹는데 저희 아이가 자기가 앉는 ‘왕의자’에 앉았다며 호식이가 저희 애를 밀쳐서 저희 애가 그 의자에 앉아 있다가 바닥에 떨어졌고 왼쪽에 멍이 들어서 왔습니다. 그런 식으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려 할 때에도 못만지게 하고 배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도 못 떠먹게 하고 싫어하며 텃세를 부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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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부터 전남편은 일이 바빠져서 본가에 평소보다 자주 갔던 것 같고 저희 애와 호식이와의 마찰도 잦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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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애는 부당하다 생각되어 할머니에게 이의를 제기했지만 형이니까 참아라. 좀 봐줘라 등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말만 하시고 아무도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아 무척 답답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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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집이라고는 하나 평소 생활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자기 편이 없는 상황에서 어른들이 사촌동생만 두둔하는 상황을 반복해 겪은 것입니다. 다시 저희 집에 돌아왔을 땐 아이 입장에서 상황이 구체적으로 아직 기술이 안되니 그동안에는 (제가 캐물어서 상황파악되기 전에는) 아빠집, 할머니집 가기 싫다, 답답하다, 호식이가 괴롭힌다 등으로만 표현을 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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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는 뭐했어? 아빠 옆에 없었어? 라고 물으니 물으니 전남편은 좀 쉬고 싶다는 이유로 예전에 자기가 쓰던 방에 들어가 자고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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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전남편에게 주의를 당부(본가에 가지 말고 되도록 서울에 있어라, 본가 가면 아이 좀 잘 돌봐줘라, 곁에 있어주고 함께 놀아주라)했으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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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가 작년 추석때 상황이 가장 극심해졌습니다. 이전 일도 있고 걱정이 되어 그 땐 제가 2시간 운전해 내려가서 직접 데려왔습니다. 운전하며 조수석에 앉히고 차에 태우자마자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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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펭귄 똥같은 집!(아마 아이 입장에서 구사할 수 있는 최대 욕일 겁니다..)
> 머릿속 온도가 1000도가 되었다
> 할머니집에서 (이틀동안) 밥을 세번 먹었는데 밥을 합치면 엄마집에서 한번 먹은 거 같다
> 배가 고팠다
> 이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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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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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데 호식이가 형은 이거 하지마 이거 하지마 손으로 탁탁쳐내고 싫어 만지지마! 자꾸 밀쳐내서 저희 애가 화가나서 장난감 다 내려놓고 싫으면 시집 가라! 하고 화가나서 다른 방에 들어가 문을 쾅 닫았는데 숙모(호식이 엄마)가 따라들어와 너 왜 동생에게 소리를 지르니? 어서 사과해!! 라며 오히려 저희 아이를 나무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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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아빠 뭐하고 있었냐고 물으니 아빠는 방에서 메이플스토리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가만히 보고만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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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하면 아이는 그날도 혼자 거실에서 손에 대는 장난감마다 호식이가 손으로 쳐내는 걸 겪고 사촌동생, 사촌동생을 두둔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사촌동생에게 소리지른 거 사과하라고 따지는 숙모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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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2 어린애가 그 나이에 자기 힘껏 호소한 언어가 단절되는 경험을 한 거고 분명한 차별과 소외를 겪는데 아무도 지지해 주지 않아 막막하고 무섭고 분한 감정을 느꼈는데 아빠마저 자기 곁에 없는 상황을 겪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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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말을 듣고 제가 운전하다 너무 화가 나서 휴게소에 차를 세웠습니다. 당장 차를 돌려 그집에 쫒아가서 따지고 싶은 마음을 애써 진정하고 전남편이 아니라 전시어머니에게 전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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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님이 어른이시니 아이들이 다툴때 양쪽의 의견을 잘 들어주시라, 형이라고 무조건 참아야 하는게 아니라 잘못된 쪽이 혼나는 게 맞다.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명절에도 보내지 않겠다, 손주 얼굴보실 생각마시라, 아이는 동생의 사과를 요구한다 를 전달하고 뭐라뭐라 하시기 전에 듣지 않고 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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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를 끊었는데 옆에서 아이가 엄마 여기가 시원해
> 명치를 자꾸 두드리면서 엄마 여기가 이제 시원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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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눈물이 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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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하면서 엄마가 혼내줄게 엄마는 니편이야 니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 라고 말하고 제가 해줄 수 있는게 그거 뿐이라는 생각에 목까지 차오르는데 그날은 일단 집으로 아이를 데리고 무사히 운전해 돌아와야 하는게 우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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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전남편에게 위과 같은 사실과 책임을 따졌는데도 멀뚱히 서서 다 싸우면서 크는 거다, 앞으로는 본가에 안데려가겠다 같은 미지근한 대응만을 하길래 이같은 일이 누적발생하면 친권 박탈하겠다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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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아이가 그 이후로 너무 괴로워 한다는 것입니다. 꿈에 호식이가 또 나왔다, 머리에서 지우고 싶다,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티비나 매체에서 형제나 6-7세 어린이가 나오는 걸 보면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고 동생때문에 겪었던 억울한 일이 떠오르는지 힘들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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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정상가정의 아이들에 비해 저희 애가 정서적으로 결핍된게 없이 키울 순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아이까지 고통받게 하고 싶지 않아 삶의 매순간에 그걸 우선으로 염려하며 지냅니다. 저도 대단히 헌신적인 엄마가 못되지만 저는 아이가 힘들다고 하면 원인을 들여다보고 원인을 없애주려고 고군분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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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각성을 모르고 ‘본가에 안데려가면 되잖아’ 정도로 멀거니 바라보고 있는 전남편에게 너무 화가 납니다. 애초에 본인 유책으로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부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 생각해서 면접교섭을 매번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당장 다른 것도 아니고 고스란히 아이에게 피해로 돌아오니까 너무 화가 납니다. 제가 현재 아이 데리고 있다고 갑질하는게 아니라 정말 아빠집, 할머니집 다녀오면 애가 피폐해져서 오는게 눈에 보이니 솔직히 아이를 안보내고 안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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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해서 사건본인의 복지에 해가 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접근제한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가 아빠를 찾기도 하고 전남편이 아이에게 무신경한 거지 일부러 악한 쪽은 아니어서(제게는 악한 쪽) 얼마나 부적절성이 입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것들은 제가 전배우자에 대해 해야 하는 조치일뿐 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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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작 아이가 받았을 상처나 손상을 어떻게 없애 주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오늘도 저녁을 먹는데 뭐가 트리거가 됐는지 또 그때 일이 떠올라 울분을 토하는 아이를 보며 너무 속상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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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놓치고 있는게 있거나 잘못하고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 혹은 더 나아질 수 있는 치료방법이 있다면 병원에 갔을 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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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 변 --------------
안녕하세요. 손석한입니다.
엄마가 매우 힘든 상항으로 보입니다. 일차적으로 아이가 제일 힘들겠지만요. 엄마는 나름대로 잘 대처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가 속상한 마음을 표현할 때 잘 공감하고 위로해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때 아이의 상처받은 마음이 조금씩 아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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